중국 남동부 저장성(浙江省) 성도 항저우(杭州)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지난 주말 사람들이 몰려와 가구와 내부 인테리어 물품을 마구 부수는 소동이 일어났다. 중국 최대 부동산 기업 완커(万科)가 건설해 완공을 앞두고 있는 아파트인데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발생하자 회사가 25% 가격인하 판촉행사를 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미 제 가격을 완납한 계약자들이 자신들에게도 값을 인하해줄 것을 요구하며 이날 몰려온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의 소동을 "중국 부동산시장의 침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10일 표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부동산 가격이 최고가 대비 10~40% 떨어진 남동부를 필두로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경제의 중심인 상하이(上海)는 7월에만 부동산 가격이 24% 폭락했다. 남서부 최대도시 충칭(重慶)도 부동산 거래가 올해 들어 20~30%가 감소하는 등 거래 위축과 그에 따른 가격 하락이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은 특히 수출 둔화가 시작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큰 해안도시일수록 많이 떨어지고 있다. 중국 본토의 부동산 시장이 묶이면서 홍콩에 투자한 부동산 계약해지가 속출하는 등 불똥은 홍콩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FT는 중국 부동산시장의 약세 전환이 중국 뿐 아니라 세계경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경제의 침체와 위안화의 강세로 수출 증가율이 둔화하고 내수시장마저 침체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주식과 부동산 등의 자산가치가 동반 하락하면, 중국 내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경착륙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광저우(廣州)에 사는 한 여성 보험판매원(48)은 "이미 주식 투자금 중 3분의 2를 손해 봤는데, 부동산 침체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하니 걱정이 많다"고 NYT에 말했다.
중국의 건설업계는 이미 위기상황에 봉착했다. 완커의 경우 8월 매출이 전년 대비 35%나 떨어졌다. 중국 주요 건설업체의 주가는 지난해 가을 이후 70%나 폭락했다.
그럼에도 중국의 부동산 침체가 미국과 서유럽처럼 금융위기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중국은 부동산 구입을 위한 은행대출에 집값의 30%를 선납토록 하는 등 이미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를 강화,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집값이 웬만큼 떨어져도 은행은 안전하다. 게다가 매년 1,000만명 규모의 도시 유입인구를 감안하면 중국 부동산의 버블 붕괴를 예상하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고 FT는 분석했다.
그러나 NYT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일선은행의 대출을 늘리기보다는 위안화 절상을 막기 위한 자금확보를 더 중시하기 때문에 자금경색에 따른 부동산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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