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발질을 거듭하는 축구 국가대표팀에 국민적인 지탄이 쏟아지고 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10일 상하이 훙커우스타디움에서 열린 북한과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B조 1차전에서 최악의 졸전 끝에 1-1로 간신히 비겼다. 대한축구협회 게시판은 분노한 팬들의 성토로 가득하다. 일부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팬들이 감독 퇴진 서명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실패에 이은 A대표팀의 '총체적 부실'로 축구 민심이 완전히 이반된 상황이다. '허정무호'의 어떤 모습이 팬들의 원성을 자아내고 있는지 짚어본다.
■ 투지와 근성은 어디로 갔나
강인한 정신력은 한국 축구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허정무호'출범 이후 그라운드에서 한국 축구의 투혼은 실종됐다.
10일 북한전은 선수들의 태만한 정신 자세가 확인된 대표적인 경기다. 이리저리 볼을 돌리기만 할 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도대체 승리할 생각을 갖고 그라운드에 나섰는지가 의심될 정도의 안이한 플레이였다.
7일 오전(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원정경기를 치르고 8일에야 상하이에 도착한 북한 선수들이 오히려 더 이를 악물고 뛰었다. 정신력 문제를 질타할 수 밖에 없다.
허 감독이 취임 후 유독 정신력의 중요성을 역설했지만 정작 그라운드에 나선 선수들은 의욕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고 있다. 지도력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 허정무호 8개월간 도대체 뭘 했나
허 감독이 취임한지 8개월이 흘렀고 12경기를 치렀지만 골 결정력 부재와 수비 불안 등 무엇 하나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허 감독은"골 결정력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고 스스로도 답답해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은 '누워서 침뱉기'에 다름 아니다.
개개인의 능력이 떨어진다면 '집단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축구 감독의 숙명이다. 선수들의 골 감각을 탓할 것이 아니라 공격 전술과 선수 구성에 문제는 없는지 자성을 거듭해야 한다.
테스트를 거듭한 끝에 결국 1년 전 '베어벡호' 시절로 돌아간 것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8개월간 실험을 거듭했지만 10일 북한전에 나선 선수와 전술은 1년 전 '베어벡호'당시 기본 틀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 틀린 문제를 또 틀린다
수험생이 일년에 네 차례 본 시험에서 출제가 예고된 똑 같은 문제를 매번 틀린다면 담당 교사의 심정은 어떨까.
'허정무호'의 상황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표팀은 북한과 올해 네 차례 맞붙어서 모두 비겼다. 같은 상대를 세 번이나 만나고도 "수비 지향적으로 나온 상대방의 페이스에 말려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고 답하는 것 만큼 궁색한 변명이 있을까.
컨디션이 안 좋은 일부 선수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북한전에서 단 한 개의 슈팅도 시도하지 못한 조재진(전북)은 5일 요르단과 친선경기(1-0)에서도 무기력한 플레이로 일관했다.
김치우(서울)도 왼쪽 날개로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대체 자원이 있음에도 허 감독은 이들을 북한전에 선발 출전시켰다. 중원에서 백패스를 남발하며 공격 페이스를 떨어뜨린 김남일(고베)을 끝까지 교체하지 않은 것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허 감독은 매번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이는 선수를 선발하고 출전시키겠다"고 하지만 언행일치가 제대로 되고 있지 못하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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