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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국고 지원' 이용만 당한 기술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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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국고 지원' 이용만 당한 기술업체

입력
2008.09.11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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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곰이 넘었는 데 이건 너무 한 것 아닙니까?"

쐐기풀로 알려진 네틀을 이용해 친환경 섬유 개발에 나선 한 섬유업계 인사는 지식경제부가 185억원의 국고를 지원하는 섬유산업스트림(유관업종)간 협력기술 개발사업(이하 섬유스트림사업)에 참가했다가 이용만 당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네팔에서 원료를 들어와 실을 만들고 염색테스트를 하던 중 알게된 한국섬유소재가공연구소로부터 섬유스트림사업에 같이 참가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은 것은 3월초. 열악한 자본사정으로 고군분투하던 때라 선뜻 참가의사를 밝히고 수년에 걸쳐 축적한 자료들을 제공한 것이 화근의 출발이었다.

'케나프 및 네틀 복합신소재를 이용한 인체친화형 제품개발'이라는 프로젝트는 지난 6월 섬유스트림사업 주관사인 한국부품소재산업진흥원으로부터 지원과제로 선정돼 6억9,500만원의 연구개발비를 받게 됐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참여기업에 이름도 올리지 못했다. 대신 섬유 대기업인 ㈜경방이 방적업체로 이름을 올렸다. "자본도 없고 마케팅 능력도 없는 회사 보다는 대기업을 끼워넣어야 심사 통과가 쉽다"는 연구소 측의 말에 순순히 응했던 것. 원천기술 보유업체로서 프로젝트에서 완전 배제될 리 없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정부가 지원하는 6억9,500만원의 돈은 그러나 ㈜경방에 기계설비비로 1억 등 2억원, 프로젝트를 꾸린 연구소에 1억원, 직조ㆍ염색ㆍ가공ㆍ디자인 등에 관여한 업체들에 4,000만~8,000만원씩 지원된다. 지원금은 사업완료후 25%만 국고 반납하면 되는 파격적인 조건인데 정작 원천기술을 가진 이 업체에는 "경방의 요구대로 원료를 공급하거나 아니면 손 떼면 그만"이라는 답만 돌아왔다.

주관한 한국부품소재산업진흥원 관계자는 "기술개발을 위해 정부예산을 지원하지만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은 업체 자율이지 주관사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며 항의를 외면했다. 185억의 국고를 쏟아부으면서 사업 추진업체간의 갈등이나 효율성 문제에 관여하지않겠다는 배포(!)가 통용되는 한 기술다운 기술이 산업경쟁력의 바탕으로 자리할 날은 요원하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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