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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나 변호사가 말하는 '국선변호인의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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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나 변호사가 말하는 '국선변호인의 24시'

입력
2008.09.11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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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변호사를 '샀다'고 말하지만, 국선 전담변호사는 피고인과 '함께 한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겁니다."

9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형사법정 524호. 소리나(29ㆍ여ㆍ연수원 37기) 변호사가 허겁지겁 들어왔다.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가 변호사 선임을 요구해 법원으로부터 급히 와달라는 '호출'을 받고 부랴부랴 나섰기 때문이다.

일정에 없던 재판이 갑자기 잡혔는데도 소 변호사는 "수임료를 내기 힘들어 국선 변호인을 구한 피고인의 입장은 오죽했으랴 하는 생각에 한 걸음에 달려 왔다"고 했다.

소 변호사는 개인적으로 사건을 수임하지 않고 법원이 지정해 주는 사건을 맡는 국선 전담변호사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70세 이상의 고령, 심신장애, 경제적 어려움 등의 사유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는 경우 법원은 직권으로 국선 변호인을 선임해 준다.

'약자 편에 서는 법조인'이 평소 소신이었다는 소 변호사는 올해 3월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곧장 국선 전담변호사로 나섰다.

소 변호사는 다른 국선 변호인들처럼 눈코 뜰새 없이 하루가 지나간다. 이날 오전에만 A씨 사건 등 4건의 재판에서 변론을 수행했다. 그러다 보니 퇴근 시간은 보통 저녁9시가 훌쩍 넘는다.

매달 평균 25건의 사건을 수임하는 소 변호사는 "재판이 몰려 하루에 5건 이상 진행되면 정신이 없다"며 "정성을 다 하려 노력하지만 물리적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국선 변호인이 소송에 충실하도록 한 달에 25건 이상을 배당하지 않지만 그래도 서울 서초동 변호사의 월 평균 수임건수 5∼6건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큰 부담이다.

그러나 경력 6개월의 신출내기 변호사인 소 변호사에게 재판부담보다 더 큰 것은 국선 변호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 그는 "국선 변호인은 불성실하고 무성의하다는 편견 때문에 대부분의 피고인이 처음에는 변호인에게 답변도 하지 않는 등 일절 협조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올해 5월 사기죄로 기소된 B씨가 대표적인 경우다. "국선 변호인이 무슨 도움이 되느냐"며 고개를 돌리는 B씨를 위해 소 변호사는 피해자를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등 최선을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피해자는 피해자 대로 "사기꾼을 편 든다"며 온갖 욕설을 퍼부어 소 변호사는 끝내 눈물을 흘려야 했다. "제 노력이 피고인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유죄 선고가 났는데도 B씨가 빵과 아이스크림을 한 가득 사서 찾아 오더라구요. 뒤늦게 마음을 열었던 것 같아요."

월 800만원의 보수를 받는 국선 전담 변호인은 전국적으로 82명이 활동하고 있다. 소 변호사는 "처음에는 무죄 선고를 받도록 해 주는 게 변호인으로서 최고의 역할이라 생각했다"며 "그러나 그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사회적 약자들이 법정에 서더라도 외롭지 않도록, 그들에게 말할 기회를 최대한 보장해 주는 것이고 피고인들도 이를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침체 탓인지 국선변호인 선임은 급증하는 추세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7월까지 국선변호인 신청건수는 3만6,72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가량 늘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그만큼 국선변호인 수요가 증가했다는 게 법원의 분석이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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