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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빌어먹을 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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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빌어먹을 입자'

입력
2008.09.11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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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W. 힉스는 1929년 영국 뉴캐슬에서 태어났다. BBC 방송 음향기사인 아버지의 잦은 전근 때문에 초등학교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브리스톨의 공립중학교에 들어간 후 이내 두각을 나타냈다. 이 학교 선배이자 양자역학 창시자의 한 사람인 폴 디랙의 저작에 이끌려 일찌감치 수학과 물리학에 매달렸다. 런던대학에서 수학과 물리학 공부를 마치고 강단에 남았지만, 우연히 접한 에딘버러 연극제에 빠져서 아예 자리를 에딘버러 대학으로 옮겼다. 여기서 세계적 물리학자로 명성을 떨쳤고, 명예교수를 맡고 있다.

■1964년 그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발행하는 물리학 잡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가상의 입자를 제안했다. 바로 '힉스 보존(higgs boson)'이다. 물리학의 '표준모형'에 따르면 물질의 최소 단위인 소립자에는 각각 6종인 쿼크와 렙톤(경입자) 등 구성입자(fermionㆍ페르미 입자)와 힘(강력, 약력, 중력, 전자기력)의 전달에 관여하는 4종의 매개입자(bosonㆍ보즈 입자), 그리고 매개입자의 일종인 '힉스 입자'가 있다. 다른 모든 소립자는 관측됐지만 '힉스 입자'만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도 '표준모형'은 '힉스 입자'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는다. 표준모형이 중요하게 여기는 소립자의 '대칭성'과 정면으로 모순되는 소립자의 질량을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데다 '힉스 입자'를 전제한 계산과 실험이 모두 옳은 것으로 드러난 때문이다. 소립자의 '대칭성'은 점을 찍지 않은 주사위를 굴릴 때처럼 '구별할 수 없다'는 뜻이다. '대칭성'이 엄밀하게 유지되면 소립자를 구별하는 기본 물리량인 질량을 상정할 수 없다. 따라서 기본적 대칭성은 유지하면서 적당히 대칭성이 깨지는 '자발적 대칭 붕괴'는 필연적이다.

■힉스는 우주 탄생 직후의 소립자는 질량을 띠지 않았으나 극히 짧은 순간에 '힉스 입자'의 바다인 '힉스 장(higgs field)'과의 상호작용의 결과 질량을 '획득'했다고 보았다. 그의 주장이 오랫동안 지지를 받으면서 '힉스 입자'는 '신의 입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금은 흔히들 소립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것을 천지창조에 비유한 것이라고 해석하지만, 실은 아무리 애써도 관측할 수 없어서 화가 난 과학자가 '빌어먹을(Goddamn) 입자'라고 쓴 것을 편집자가 다듬은 결과다. CERN의 대형 강입자가속기(LHC)가 조만간 '신의 입자'인지, '빌어먹을 입자'인지를 가릴 것이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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