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리가 2008 베이징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사격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데 이어 사격의 이지석과 보치아의 박건우도 나란히 금메달을 획득, 한국이 10일 현재 종합 메달순위 11위로 뛰어올랐다.' 최근 한 신문 기사입니다. 패럴림픽?
원래 1964년 제2회 도쿄 장애인올림픽에서 원명 'Paralympics'는 'Paraplegia(하반신 마비)'와 'Olympics'의 합성어로 시작했으나 장애인올림픽대회가 거듭되면서 참가선수 폭이 넓어져, 척추장애 이외에 시각장애, 뇌성마비, 절단 및 기타 장애인 등 전반적인 장애인을 포괄하게 되자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에서 공식 해석을 'Para'를 '함께(with)'라는 라틴 단어로 재정의하여 지금처럼 사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기사 중 '보치아'라는 종목에서 우리 선수가 세계 정상에 올랐다는 내용이 눈에 띕니다. 그런데, 민망하게도 도대체 보치아가 무슨 종목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펜싱 경기장에서 시합이 열렸다고 해서 펜싱의 일종인 줄 알았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보치아라는 종목은 그리스의 공 던지기 경기에서 유래한 것이며, 1982년 덴마크 국제경기에서 국제경기종목으로 부상되어 1984년 뉴욕 장애인올림픽대회, 1986년 Gite국제경기, 그리고 1988년 서울 장애인올림픽대회 등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고 합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입니다. '베이징올림픽이 끝나면 무슨 재미로 살지'라는 고민을 해야 할 정도로 지상파방송 3사를 비롯, 온갖 매체에서 관련 기사를 하루 종일 방송하고, 지면을 도배하다시피 했던 것이 바로 엊그제 같습니다.
그리고 장애인올림픽이 같은 장소에서 열렸습니다. 겨우 개막식만 KBS에서 단독으로 새벽에 그것도 녹화중계로 방송했습니다. 그나마 메달이나 땄을 때 신문 기사에서 소식을 접할 수 있고, 한 대형 포털사이트에서는 패럴림픽 소식을 스포츠 사이트의 '격투기ㆍ일반' 란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패럴림픽이 뭔지 잘 몰라서 그런 모양입니다.
노파심에 참고로 알려드리자면 이번 올림픽의 슬로건은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 장애를 뛰어넘어 인간 평등을 확인하자'입니다.
CBS 등 미국 주요 네트워크사들은 지난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을 광고 판매와 시청률을 의식해서 저녁 프라임 시간대에 녹화중계를 했습니다. 상업방송 체제인 미국 지상파방송의 경우 이런 태도가 오히려 정직해 보입니다.
한국의 공영방송사는 광고 판매가 안돼서, 시청자들의 관심이 적어서 방송을 하지 않는다라는 핑계만 대고 있습니다. 상업방송이라면 이런 말도 안 하겠습니다. 그러려니 하겠죠. 기회만 있으면 소수자를 위하고, 소외된 계층을 위하고, 사회의 통합을 위한 꿈과 희망을 주는 국민의 공영방송이라고 목청을 높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장애인은 소외된 계층도 존중받아야 할 시청자도 아닌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누가 시끌벅적하게 난리를 피워대는 그런 중계방송을 하라고 한 것도 아닙니다. 원하지도 않습니다. 국민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이라도 신경은 써서 방송을 하라는 이야기입니다.
공영방송이 여러 개 있으면 뭣 합니까. 이 눈치 저 눈치 보고, 현실에서는 정치적으로 이리 저리 휘둘리고, 자신들 유리할 때만 시청자의 태도를 들먹이면서 그래도 정신적으로는 독립이고 자유다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우리 방송의 미성숙함과 조잡함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학계건, 현업에서건, 혹은 일반 시민이건 공영방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공영방송다운 방송을 원하는 것이겠지요.
도대체 우리 공영방송의 진짜 얼굴은 무엇인지, 언제쯤 제대로 된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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