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새로운 지역균형발전 방안인 '5+2 광역경제권 구상'이 구체화됐다. 전국을 7개 광역경제권으로 나눠 각각 차별화 되는 발전비전으로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10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2008년 제2차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열고 '5+2 광역경제권 활성화 전략'을 논의, 확정했다. 정부재정과 민간자본으로 반반씩, 향후 5년간 50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 어떤 내용 담았나
7개 광역경제권은 지역 특성에 따라 각각의 특화 발전 비전이 마련됐다.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수도권) 대한민국 실리콘밸리(충청권) 문화예술과 친환경 녹색산업(호남권) 전통문화와 첨단 지식산업(대경권) 기간산업 및 물류 중심(동남권) 관광ㆍ휴양 및 웰빙 산업(강원권) 국제자유도시(제주권) 등이다.
우선 이들 경제권의 특화 발전을 위해 30개 선도 프로젝트가 국책 사업으로 추진된다. 선도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지만, 인천~파주~양평~오산을 잇는 제2외곽순환도로, 호남고속철도, 제2경부고속도로 등 교통과 물류 인프라가 대부분이다.
산업과 인재 육성 등 소프트웨어의 변화도 추진된다. 광역경제권별로 1, 2개 신성장 선도산업을 육성하고, 이에 필요한 우수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지방 거점대학을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산업과 교육이 맞물리고 인프라가 뒷받침하면서 지역 발전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국가산업단지, 경제자유구역, 새만금, 행정중심복합도시 등 광역경제권 별로 성장 거점도 육성해 나갈 방침이다.
■ 광역경제권 구상 성공할까
전체적인 방향성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다. 관건은 구체적인 실현 가능성, 그리고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다.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 방안은 수도권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기업이나 행정기관, 교육시설 등을 지방으로 분산하는데 초점을 뒀다. 반면, 이명박 정부의 광역경제권 구상은 수도권 규제 완화와 맞물려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은 "지금까지의 수도권 규제 중심에서 벗어나 광역경제권 개발을 통해 수도권과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수도권도 이에 상응하는 규제 완화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위한 '밑밥'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도권 공장 입지 완화 등이 이뤄진다면, 광역경제권 발전 구상에도 불구하고 수도권과의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정 부담을 어떻게 해소할지도 관건이다. 민자 사업을 제외하고도 25조원이 넘는 재정이 투입된다. 낙후 지역에 대한 투자인 만큼 사업의 대부분은 당장의 경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향후 활용도가 떨어진다면, 그야말로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인프라 등 하드웨어에 비해 선도산업과 거점대학 육성 등 소프트웨어 부문은 구체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보다 세부적인 플랜이 마련되고 광역경제권 내에 속해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협력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외려 지자체간 갈등으로만 번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박용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광역경제권 발전을 위해서는 큰 그림에서부터 추진 체계까지 아주 구체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며 "특히 경제권 내 지자체간 협력 문제는 생각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 내달 선정 권역별 선도산업은
'우리 지역의 선도산업은 무엇이 될까.'
정부가 '5+2 광역경제권별 선도산업 발전 방안'을 내 놓음에 따라 지역별로 과연 어떤 산업이 선도산업으로 선정될 지가 관심이다.
우선 수도권에 대해서는 금융과 물류 등의 지식서비스산업이 일순위다. 이미 수도권엔 정보서비스업체의 79%, 금융업체의 67%가 밀집해 있는 상태. 특히 수도권 인구 2,400만명은 핀란드의 4.5배나 되고, 지역내총생산(GRDP) 320조원은 스위스와 비슷한 정도다.
규모의 경제가 달성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충분히 활용, 동북아 금융ㆍ물류ㆍ비즈니스 허브로 자리매김시킨다는 것이 정부 전략이다. 구체적으로는 소프트웨어, 디자인, 전시컨벤션 산업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은 수도권과 가까워 기술ㆍ인력ㆍ시장 접근성이 뛰어나고 대학(55개)과 연구소(1,321개) 등 연구개발(R&D) 역량이 우수한 강점이 있는 만큼 이를 痢?수 있는 의약ㆍ바이오와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산업이 유력하다.
호남권에서는 신재생에너지와 광(光)소재 산업에 대한 집중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조량이 많고 조수차가 높은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시설등의 유치가 유력하나 강진군을 비롯한 상당수 지자체들이 태양광 발전시설 건립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해당 지자체와의 구체적인 협의가 전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ㆍ경북을 뜻하는 대경권은 에너지 및 이동통신 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자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모바일 기기 산업체가 827곳이나 집적돼 있다는 점과 중저준위방폐장 입지라는 점이 고려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등 에너지 공기업 이전 지역이란 점도 감안됐다.
동남권은 이미 중화학공업 단지가 밀집돼 있는 만큼 수송기계와 부품ㆍ소재 산업이 선도산업으로 집중 육성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정부는 나아가 이곳을 경제자유구역 조성과 신항만 프로젝트를 통해 환태평양 관문도시로 도약시킨다는 복안이다.
규모에서 다른 5개 광역경제권과 구별되는 강원권과 제주권은 각각 의료ㆍ관광 산업과 물산업ㆍ관광레저 산업이 거론되고 있다. 강원권의 풍부한 산림 휴양자원, 제주권의 청정 환경을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다.
물론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지자체와 지역 의견 수렴 등의 충분한 합의를 거쳐 내달까지 광역권별 선도 산업을 선정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광역권의 자율적 합의와 주도적 역할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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