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에서 퇴진 압력을 받아오던 박래부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이 9일 “내달 말 자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이사장과 언론재단 상임이사들은 지난 3일 재단 간부들과의 간담회에서 사퇴 시점으로 10월 말을 언급한 적이 있으나 구체적으로 퇴진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박 이사장은 이날 오후 언론재단 노조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퇴진 요구가 부당하다 하더라도 언론 지원기관 통폐합을 앞둔 구성원들의 생존권 주장 등 현실 문제를 도외시할 수 없다”며 “상임이사 3명과 함께 10월 31일께 자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언론지원기관 통합 대상인 신문발전위원장과 신문유통원장의 임기가 10월 말로 만료되고, 국회 국정감사는 마치고 끝내는 게 수장으로서의 책임이라 여겨 10월 말로 사퇴 시기를 잡은 것”이라며 “조직 내부로부터 배척받는 현실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 이사장은 정부의 언론지원기관 통폐합에 대해 “민간 재단인 언론재단의 경우 언론에 공론장을 제공하고 언론의 질을 높이는 등 콘텐츠 진흥의 역할을 하는 기관”이라며 “이런 민간 재단이 하던 일을 통합된 정부의 언론지원단체가 맡는 것은 언론진흥의 관제화라는 결과를 가져올까 우려된다”고 밝혀 정부의 언론정책을 비판했다.
그동안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사퇴를 거부해오던 박 이사장이 시점을 명확히 하며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이유는 무엇보다 직원들의 강한 반대가 큰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광범 언론재단 기획조정실장은 “박 이사장은 한동안 심기가 불편한 모습이었고 직원은 물론 간부들까지 퇴진을 요구해와 이런 결정을 내린 것 같다”며 “이사장실 앞에 대자보를 붙이고 생존투쟁을 벌이는 직원들이 퇴진의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언론재단 노조는 지난달 25일 총회를 열고 “임원진이 조직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임원진 퇴진 투쟁을 결의하고 연좌 농성을 벌여왔고, 간부들도 보직 사퇴서를 일괄 제출하며 박 이사장의 사퇴를 종용해 왔다. 언론재단 관계자는 “지난 주말부터 박 이사장이 느끼는 압박이 강하게 작용했고 월요일 간부들이 정확한 사퇴 일정을 물어 이에 대한 답을 내놓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이사장은 대선이 끝난 직후인 올해 초 임명돼 노무현 정권의 임기 말 보은 인사라는 지적을 받았으며 현 정부 출범 후 재신임 절차를 밟으라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요청을 거부해 왔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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