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위기설'에 따르면 9일은 '한국경제에 대한 심판'이 시작되는 날이다. 하지만 이날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시작한 채권 순매수세를 한층 강화하며 채권시장발(發) 외환위기설이 허상이었음을 보여줬다.
9월은 올해 외국인 채권 만기액수의 약 60%가 몰려있는 달이다. 그 중에도 대부분이 9월 9일(약 7,000억원)과 10일(약 5조원)에 집중돼 있다. 이 돈을 외국인들이 대부분 팔고 나간다는 시나리오가 '9월 위기설'의 발단이다. 그러나 위기설이 실제 위기로 현실화할지를 보여주는 가늠자가 될 첫날 상황은 '얼마 전에 9월 위기설이 한국경제를 뒤흔들었나'를 의심할 정도로 차분했다. 비록 이날 국내 증시가 하락하고 원ㆍ달러 환율은 올랐으나, 적어도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수세는 "9월 위기설은 사실상 끝났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날 금융감독원에 신고된 외국인 상장채권 매매를 분석한 결과 9일 하룻동안 외국인들은 5일(1,065억원)과 8일(1,021억원)의 3배에 가까운 매수 주문(2,768억원)을 냈다. 이날 외국인 순매수액은 1,783억원으로 5일(959억원), 8일(706억원)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9월 1일부터 9일까지 외국인은 총 1조4,273억원의 채권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거래 체결은 됐으나 아직 결제일이 도래하지 않은 채권 순매수액(6,786억원)까지 포함할 경우 외국인들은 9월 1~9일 동안 약 2조1,000억원어치의 채권을 순매수한 셈이다.
이는 같은 기간 만기가 도래한 외국인 보유채권 규모(9,000억원)를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또 단 7거래일 만에 올해 외국인 월평균 채권 순매수액(2조9,000억원)을 거의 따라잡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시장의 관심은 외국인들이 만기를 맞은 채권 중 얼마를 '롤오버'(만기연장)할 것인가에 쏠려있다. 그러나 채권의 롤오버는 은행대출의 만기연장과는 달리 일단 돈을 받은 후 재매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가 산출되지 않는다. 순매수가 늘었다고 해서 재투자가 증가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상당수 외국인들이 이달 만기 도래분 중 상당액을 재투자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금감원 자본시장서비스국의 김진국 수석조사역은 "이달 들어 나타난 순매수액 2조1,000억원 중 1조5,000억원은 9월 만기도래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매수한 것"이라며 "이는 외국인들이 자금을 다시 회수해가는 것이 아니라 재투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외국인들이 자금을 회수해갈 이유가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9일 기준 한국의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연 5.76%,5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연 5.80%로 미국 국채 금리(연 3.0% 수준)보다 높다. 여기에 외국인들이 달러를 갖고 들어와 원화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누리는 금리우대(스와프스프레드)는 현재 238bp(2.38%)까지 치솟은 상태다. 결국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채권을 사서 취할 수 있는 투자수익은 이 둘을 합쳐 8%가 넘는다는 얘기다.
같은 이유에서 금융당국은 약 5조원의 채권만기가 몰린 10일에도 외국인 순매수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조사역은 "물론 외국인의 동향을 끝까지 주시할 필요는 있지만 9월 이후 이어진 순매수세를 볼 때 위기설의 피크날(10일)에도 외국인의 순매수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10일만 무사히 지나간다면 사실상 채권시장에서의 위기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진다"고 말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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