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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MB, 자성·희망 호소… 불교계선 "여전히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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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MB, 자성·희망 호소… 불교계선 "여전히 미흡"

입력
2008.09.10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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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9일 종교 편향 논란 76일 만에 머리를 숙인 것은 불교계의 반발을 진정시키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 대통령에 대해 지속적인 압박을 가해 온 불교계는 추석 연휴 이후 지역별로 정부의 종교 편향을 규탄하는 범불교도대회를 여는 등 대정부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높일 계획이었다. 추석 연휴(13∼15일)를 계기로 취임 6개월 간의 국정난맥상을 떨쳐 버리고 확실하게 국정을 장악함으로써 실질적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던 이 대통령 입장에선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대통령이 민심이 요동치는 ‘추석 효과’를 감안, 불교계와의 갈등을 조속히 해소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2년 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추석을 계기로 지지율에서 당내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따라잡았던 경험이 있다.

한나라당과 국회 원로들의 잇단 청와대 압박도 이 대통령의 결단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최근 여러 경로를 통해 청와대에 이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했고, 5일에는 김형오 국회의장과 이윤성 문희상 국회부의장이 청와대 만찬에서 이 대통령에게 조속한 사태 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었다. 이 대통령으로서도 마냥 당의 요구를 제쳐둘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대통령이 쇠고기 파동에 따라 5월 22일과 6월 19일 대국민사과를 한 데 이어 3번째로 직접 머리를 숙이는 선택을 했지만 불교계의 반응이 유보적이어서 사태 해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불교계는 어청수 경찰청장에 대한 문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 대통령은 경질 불가 입장을 고수한 채 일단 어 청장에게 불교계를 찾아가 사과할 것을 지시하는 선에서 마무리할 뜻을 내비쳐 이 문제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불교계가 이 대통령의 사과를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나머지 요구조건의 수용 여부를 지켜보겠다고 한 점으로 미뤄 어 청장의 신변 처리에 대한 모종의 중재안을 놓고 청와대와 논의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 경우라면 사태 해결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

이은호 기자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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