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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래퍼 곡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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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래퍼 곡선

입력
2008.09.10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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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제학자 아서 래퍼(Arthur Laffer)는 1974년 워싱턴의 한 레스토랑에서 식사 중 휴지에 역U자형의 곡선을 그려나갔다. 세율이 증가하면 조세수입도 늘지만, 세율이 일정 수준을 지나면 조세수입은 감소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래프였다. 세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애써 일해 봤자 주머니에 남는 돈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과도한 세금은 총생산 감소를 불러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소득이 줄어들게 된다는 논리였다.

▦ 래퍼 곡선(Laffer curve)으로 불리는 이 이론은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집권 기간 감세와 '작은 정부'를 골자로 하는 공급 중시 경제학의 이론적 토대가 됐다. 골자는 '세율이 낮을 때 세율을 더 낮추면 세수가 줄어들지만, 세율이 높을 때 낮추면 소비 회복과 투자촉진을 가져와 세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레이건은 2차 세계대전 중 래퍼곡선을 실제로 경험했다. 정부가 전비 조달을 위해 소득세율을 최고 90%까지 올리는 바람에 영화 네 편만 만들면 최고 소득세율로 세금을 내야 했다. 그래서 영화 네 편만 찍고 일을 중단한 채 시골로 내려가 버렸다.

▦ 레이건은 감세와 규제 혁파가 핵심인 레이거노믹스를 통해 장기불황에 허덕이던 미국 경제를 살려내 90년대 장기호황의 토대를 마련했다. 집권 8년간 국내총생산(GDP)은 평균 3.2% 늘어 이전 8년의 평균 2.8%보다 높았다. 가계의 실질 평균수입도 81년의 3만7,868달러에서 89년 4만2,049달러로 증가했다. 래퍼곡선의 타당성이 어느 정도 입증된 셈이다. 반면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는 <경제원론> 에서 레이건 행정부는 세금을 깎아줬지만 재정 지출에 필요한 세금을 충분히 거두지 못해 이후 엄청난 재정적자를 초래했다며 래퍼의 이론은 틀렸다고 평가절하했다.

▦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사설에서 한국 정부가 경제활력 회복을 위해 래퍼의 공급중시 경제이론에 베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에는 레이건의 정신이 살아 있다는 것이다. 감세는 불황기에 소비 촉진과 투자 진작 등의 효과가 있지만 반론도 적지 않다. 감세로 곳간이 줄어든 만큼 고통스런 재정지출 축소를 수반하지 않으면 레이건 정부처럼 대규모 재정적자의 수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감세가 부자들에게만 혜택이 가지 않도록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도 강화해야 경제도 살리고, 사회통합도 이뤄낼 수 있다. 참 어려운 일이다.

이의춘 논설위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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