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대중목욕탕에서 냉ㆍ온탕을 번갈아 드나드는 모습이다. 국내 금융시장이 연일 '앗 뜨거워'와 '앗 차가워'를 오가는 사이, 애초 '외국인의 채권회수 위기'에서 출발한 9월 위기설은 '시장 급변동의 위기'로 번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요즘 원ㆍ달러 환율은 급변동의 하이라이트다. 지난달 28일 1,081.8원이던 환율은 이달 들어 3일 1,148.5원까지 치솟더니 8일에는 하루에만 36.4원 떨어진 1,081.4원으로, 9일에는 다시 19.9원 오른 1,101.3원을 기록했다. 하루 20원 등락은 우스운 상황으로 수치만 보면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와 헷갈릴 정도다. 이달 들어 8일까지 하루 평균 환율 변동폭은 29.8원으로 지난달 평균(6.9원)보다 4배 이상 높다.
9일 환율의 급반등은 달러화 강세 영향이 컸다. 세계적 경기침체 우려의 반사이익으로 달러화가 거의 1년 만에 최고수준의 강세를 띠자 전날 급락했던 원ㆍ달러 환율은 밤사이 역외시장에서 이미 급등세를 보였다. 증시 하락과 외국인 순매도 확대도 상승 심리를 부추겼다.
전문가들은 결국 극도의 불안심리가 급변동을 초래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당장 며칠 후의 시장흐름마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시장 참가자들이 '너무 오른 것 아닐까'와 '너무 떨어진 것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 채, 그날그날의 분위기에 한꺼번에 휩쓸리고 있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홍승모 차장은 "자산운용사와 역외세력이 모두 환율 변동성을 확대하는 거래 행태를 보이는 가운데 9월 위기설로 다른 참가자들까지 불안심리에 휩싸이면서 변동성이 커졌다"며 "환율 수준의 안정도 중요하지만 변동성 축소도 외환시장 안정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식시장에도 불안심리는 그대로 반영됐다. 전날 70포인트 넘는 급등이 '과도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투자심리를 지배하면서, '일단 하루 상승치라도 챙겨놓고 보자'는 투자자들의 차익매물이 쏟아지면서 종합주가지수는 다시 20포인트 넘게 빠졌다. 전날 15거래일 만에 '사자'로 돌아섰던 외국인은 하루 만에 다시 '팔자'로 돌아서 2,107억원 어치를 순매도했으나 개인은 2,506억원 어치를 순매수하며 이번에도 뒷북을 쳤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선엽 연구원은 "간밤 뉴욕증시 상승세가 기대치에 못 미치자 전날 국내증시의 상승이 과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며 투자자가 차익매물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9,10일에 걸친 외국인 채권만기, 11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 선물옵션 만기일 등도 경계심리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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