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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 미분양 땡처리' 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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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 미분양 땡처리' 줄섰다

입력
2008.09.10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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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미분양으로 고심하던 A건설사는 얼마 전 167가구를 주택공사에 20~25% 할인한 가격에 일괄 매각했다. 값을 내려 파는 바람에 분양매출액이 100억원 가까이 줄었지만 현금 흐름을 위해선 잘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부산에서 미분양에 발목이 잡힌 B중견건설사 임원은 요즘 부동산자산운용사의 펀드 담당자를 만나는 게 주요 업무다. 회사가 미분양 100여 가구를 '미분양 아파트 펀드'에 팔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건설사들이 줄을 서 있는 상태라 대안으로 주공에 할인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중인 주택공사가 미분양 매입을 완료했거나 올해까지 매입할 분량은 총 5,000가구(약 1조원)에 이른다. 미분양 아파트 펀드를 준비중인 부동산자산운영사에 매입 의뢰가 들어온 미분양도 2조원 규모나 된다. 3조원대 상당의 '아파트 땡처리' 시장이 열린 것이다.

미분양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건설사들이 늘면서 미분양 땡처리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시행중인 미분양 해소 대책은 주공을 통한 할인 매각과 미분양 아파트 매입을 위한 펀드 운용 등 두가지.

주택공사가 미분양 아파트를 사준다고 했을 때 '헐값에 왜 파느냐'며 시큰둥하던 업체들이 이제는 서로 사달라고 아우성이다.

땡처리는 중소ㆍ중견업체들이 악성 미분양을 털기 위한 방편이었으나 이제는 대형 건설사들도 기웃거리고 있다.

요진산업이 강원 원주 미분양 아파트 91가구를 주공에 매각했고, 대동종합건설(46가구ㆍ부산 부곡동)과 청광건설(27가구ㆍ천안 신부동)도 주공에 할인 매각했다.

시공능력 11위인 두산건설은 준공한 지 3년 이상 미분양으로 골치를 썩은 경남 김해시 삼계동 '두산위브' 91가구를 5월 주공에 23% 할인한 가격에 일괄 매각, 손해는 봤지만 잔금을 회수하는 데는 성공했다.

코오롱건설은 4월 부산 남구 용당동 신대연 코오롱하늘채 388가구를 200억원 가량 손해를 보고 주공에 땡처리했다.

올해 들어 주공이 9월초까지 미분양 주택은 1,940가구를 사들였는데 현재 매각 신청을 한 업체는 15개사, 3,000여 가구에 달한다.

유동성 위기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업체들은 미분양 펀드에도 목을 매고 있다.

이 달 중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미분양 아파트 펀드를 내놓는 부동산신탁운용사에는 현재 2조원 상당의 미분양 아파트 매입 의뢰가 들어온 상태다. 매입을 요청하는 업체는 많은데 펀드 규모가 한정돼 경쟁이 치열하다. 안정적인 운용을 선호할 수밖에 없어 대형건설사가 혜택을 볼 소지가 크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무작정 미분양을 사들이는 게 옳은 것인지부터 살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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