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안주로 삼기에 딱 좋은 상황을 보게 되면 입이 근질대서 참지를 못한다. 내가 그 상황에서 주인공이 아니고 방관자 격으로 단지 구경만 했다고 자신할 수 있다면, 더욱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다. 며칠 전 나는 술자리를 전전하다가 우연히 그런 상황을 목격했다. 그 사건 발생 후 17시간쯤 돼서 평소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는 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고,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 얘기를 했다.
그 전화를 하고 30시간이 흐른 뒤에 생각해보니, 그 얘기가 소문나서 좋을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그 전화 후로는 또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았던 거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그 얘기를 소문내지 말라고 부탁하려 했는데, 나한테서 전화로 들은 지 열시간 안에 한 스무명에게 떠들었다는 거다. 한 스무명이 그 얘기를 들은 지도 하루가 지나버렸다.
한 스무명이 열명씩에게만 그 얘기를 했어도 이백명, 그 이백명이 또 열명씩만 했어도 이천명, 그 이천명이 다시 열명씩만 해도 이만명…. 여기에다가 그 자리에 나랑 같이 있었던 이들 중 몇 명만 나랑 같은 경로를 거쳤어도 다시 그 몇 배…. 입에서 입을 거치는 동안 그 상황은 얼마나 변형되었을까? 난 또 하나의 아름답지 못한 소문을 만들고 만 것이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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