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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여당, 입은 야당

입력
2008.09.10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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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가 본격 가동되면서 야당보다 더 아프게 정부를 비판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적지않게 눈에 띈다. 이른바 여당 내 야당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개인 소신에 비롯된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여당 내 역학구도와 정치상황이 작용하고 있는 측면도 크다.

최근 두드러진 ‘여당 내 야당’ 케이스는 송광호 최고위원이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비판한 것. 송 최고위원은 정부의 상속세 인하 방침에 대해 “상속세는 (상속자 중) 0.7%만 해당된다고 하는데, 그것을 감세한다고 재정에 큰 도움이 되겠느냐”며 “없는 사람들의 소외, 박탈의식을 자극할 수 있으니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만 보면 야당의 비판과 같다.

상임위에서도 이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유승민 의원은 8일 예결위에서 추가경정예산 중 1조 2,500억원을 한전과 가스공사에 보조금으로 지급하는데 대해 “아주 나쁜 선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야당이 강력 반대, 추경안의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내용이다. 유 의원은 4일 국방위에서도 여간첩 사건에 대해 “간첩 잡았다고 대대적으로 해놓았는데 재판에서 만약 무죄가 나오면 어쩔거냐”고 경고했다. 이정현 의원은 9일 문방위에서 신재민 문화부 차관에게 “YTN 주식 매각 부분은 차관이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주성영 이계진 의원 등은 청와대 기류와는 달리 공개적으로 어청수 경찰청장의 자진사퇴론을 펼쳤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연말 내각개편을 주장한 것도 따지고 보면 야당식이다.

이 같은 현상은 여러 복합적 이유로 생긴다는 분석이다. 우선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장악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지도부 리더십이 제대로 안정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야당식 행보를 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로 친박근혜 성향이라는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친이명박 성향 의원들의 결집도는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친박 의원들의 결집력은 강한 현실은 갈수록 ‘여당 내 야당’의 범위가 확장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또 야당 체질이 그대로 남아 있는 영향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 친이 핵심 의원은 “여당의 역할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이 제대로 안 돼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0년만의 정권교체로 여당의 역할모델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아울러 당정간, 당내 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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