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발(發) 메가뱅크'가 탄생할 수 있을까.
황영기(사진) KB금융지주 회장이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대형 금융지주회사와 '대등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금융지주나 신한금융지주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만약 국민 신한 우리 등 금융권 '빅3' 간에 합병이 이뤄진다면 우리나라 금융사상 최대규모의 M&A를 통해 '국가대표급 메가뱅크'가 탄생할 수 있겠지만,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황 회장은 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아시아 10위권의 대형 은행이 탄생할 수 있도록 국내 금융시장이 재편될 필요가 있다"며 "그 동안 국내 금융권 M&A 사례를 보면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젠 글로벌 은행처럼 큰 회사들끼리 대등한 합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보험사나 증권사 등을 인수해 취약한 비은행 부문을 점진적으로 강화해 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아예 이미 비은행 부문을 거느린 금융지주사와 대등한 합병을 해 한국의 '금융 지도'를 바꾸는 전략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합병실탄마련을 위해 올 연말까지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4조원 상당의 자사주를 전략적ㆍ재무적 투자자에게 매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병 대상에 대해서는 "국내 금융시장에서 우리와 합병 논의를 못할 회사는 없다"면서 "지주사로 전환될 산업은행을 포함해 개별 회사부터 금융지주사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로 아직 어느 회사와도 얘기를 하거나 진행된 것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자산이 200조원대인 (국민 우리 신한 등) '빅3'간 합병이 일어나면 400조~450조원의 금융회사가 탄생하지만 이렇게 해도 아시아 10위에 근접한 수준밖에 안 된다"며 "500조원이면 세계 50위, 아시아 10위권이 되는데 거기까지 빨리 가려면 '빅3' 간의 대등합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자산규모 100조원대의 하나금융지주나 외환은행, 또는 민영화되는 산업ㆍ기업은행과 합쳐 자산규모 350조원대로 시작해 계속 키워나가는 전략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빅4(빅3+하나)' 내에서의 합병이 실제로 가능한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우리금융은 유럽과 미국 지방은행 등 해외 금융회사 인수를 검토하면서 대형은행과의 합병이 아닌 독자생존을 추진 중이다. 신한금융은 설립주주인 재일동포들의 동의를 얻기 힘들 것이고, 하나금융의 경우 오히려 주체적으로 타 금융기관 인수를 꿈꾸고 있다.
가능성을 따진다면 산업은행 쪽이 열려있다는게 금융권 시각이다. 한 인사는 "산업은행은 국민은행과 주력 부문이 겹치지 않고 대우증권이라는 대형 증권사도 갖고 있는데다 무엇보다 정부가 시급하게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어 성사 가능성이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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