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9시, 경기 화성의 현대ㆍ기아자동차 그룹 계열 롤링힐스 호텔. 현대ㆍ기아차그룹은 협력업체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하도급 공정거래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참여한 업체는 현대ㆍ기아차 계열사를 포함한 10개사와 1차 협력업체 2,368개사 등 2,400곳.
#같은 시각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 본관 아반테룸. 윤여철 현대차 사장과 윤해모 현대차 지부장 등 노사 교섭대표 50여명이 마주 앉았다.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5일만에 처음 대면한 재교섭 자리였다. 하지만 30여분간 서로 입장차 만을 확인한 채 흐지부지 끝났다. 이날 협상장 앞에서는 현장 근로자 조합원 30여명이 파업가를 부르며 연좌 농성을 했다.
● 한쪽선 "투쟁" 한쪽선 "상생"
노노간 갈등으로 인한 현대차의 현주소다. 한쪽에선 현대차의 파행생산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협력업체들을 살리기 위해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다른 한쪽에선 임금 인상 폭을 더욱 확대해 달라며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작업 시간을 줄이면서도 급여는 똑같이 받겠다는 현대차 노조의 지나친 주장이 빚은 결과다.
현실감 없는 현대차 노조의 파행은 고스란히 4,500여 협력 업체의 피해로 이어진다. 자동차 산업 구조상 완성차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 업체의 피해는 불가피한 실정.
현대차 협력업체들은 당장 임협 장기화에 따른 생산 차질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지난 5월 현대차 노조가 FTA체결에 반대하며 생산라인을 멈췄을 때를 생각하면 협력업체에 가해질 피해는 등꼴이 오싹할 정도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하거나 잔업과 특근 등을 거부하면 임금과 복지 수준이 훨씬 열악한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일할 시간이 줄어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한 조합원은 노조 게시판에서 "노조 내부의 권력싸움 때문에 희생당하는 중소 협력업체 직원과 가족의 원망이 무섭지도 않은가"라고 물었다.
● 비정규직들도 싸늘한 시선
협력업체 직원은 물론 현대차 비정규직 근로자들 마저 현대차 노조원들의 배부른 투쟁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대차 울산 공장의 입사 15년차 근로자의 평균 연봉이 5,800만원(보너스 포함). 현대차 근로자의 80%에 못 미치는 협력업체 근로자의 비애감과 피해는 비단 임금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차 노사간 잠정 합의해 놓고있는 주간연속2교대(8+8) 근무형태는 근무시간 축소에 따른 대규모 생산차질로 연결된다. 현행 주야간2교대제(10+10) 보다 생산 시간이 4시간이나 줄어들면서 연간 27만대 가량의 완성차 생산감소가 발생하는 것. 완성차 업체의 생산량이 감소하게 되면 협력업체들의 부품 공급 역시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현대차의 드러나지 않는 작은 움직임까지 4,500여 협력업체, 수십만명에 달하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는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날 열린 '하도급 공정거래 협약식'에서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현대차 노조가 하루빨리 협상을 마무리하고 정상적인 생산활동에 나서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현대ㆍ기아차 협력회 이영섭 회장(진합 대표)은 "영세한 협력회사들의 경영능력을 충분히 감안한 형태의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은 시기상조이며 협력 업체들을 존폐의 위기로 내모는 것"이라며 현대차 노조의 조속하고 합리적인 해결의지를 호소했다.
● 임금 재협상 결국 결렬… 부분파업 진행
하지만 노조는 여전히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오후 3시로 예정된 임금 재협상을 오후 4시로 한차례 연기한데 이어 저녁 7시로 다시 연기하며 사측과 협상을 했으나 결국 결렬됐다. 이날 노사 양측은 임금인상안과 주간연속 2교대제 잠정합의안을 토대로 노조의 추가 요구안을 놓고 교섭에 나섰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현대차 노조는 협상 결렬 직후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주야간조로 10일 6시간, 11일 6시간, 12일 4시간씩 추석 전까지 부분파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임금협상이 장기화하면 현대차는 물론 수많은 협력업체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며 "노사 양측과 협력업체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임금 협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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