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많아서 매장에 들어가기도 힘들어요. 난리야, 난리."
추석 연휴를 나흘 앞둔 9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인근의 수입육 전문매장 '고기스토아' 앞. 정충기 수협 총무과장은 선물용으로 미국산 LA갈비 5세트를 사러 왔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190㎡(60평) 규모의 매장은 값싼 쇠고기를 사러 온 중ㆍ노년층 주부 50여명으로 북새통이었다. 관악구 봉천동에서 왔다는 이진순(72ㆍ여)씨는 "우리 같은 서민은 광우병에 별로 관심 없다. 싸고 맛있으니 사먹을 뿐이다"며 매장으로 향했다.
올 6월26일 검역 재개 후에도 국민적 반발 여론에 숨죽였던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촛불집회 침체, 추석 대목 등과 맞물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면 한우의 소비량은 급감하고 사료값은 폭등해 한우 축산 농가들은 "이대로 가면 다 죽을 판"이라며 아우성이다.
9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수입 재개 후 1만톤이 넘는 미국산 쇠고기가 합격 판정을 받았고, 이 중 4,000톤 가량이 관세 납부 등의 절차를 거쳐 유통됐다. 판매 정육점도 7월에는 10여곳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전국 500여곳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기스토아'도 반발 여론이 한풀 꺾이자 지난달 27일부터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나섰다. 매장 관리를 맡은 김형식 소장은 "하루 평균 800여명이 찾고 하루 매출액도 5,000만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인 LA갈비, 찜갈비 등 갈비류는 100g당 2,280원, 등심은 1,770원, 목심은 980원으로 같은 등급 한우 가격의 3분의 1 수준이다.
한국수입육협회와 미국육류수출협회도 4~13일 회원사 직영매장 9곳에서 무료시식 행사를 열며 한가위 특수 잡기에 나섰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 5일간 9개 매장에서 40톤 가량이 팔렸다. 사회 분위기 때문에 드러내고 말은 못했지만 잠재 수요층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대형 백화점과 할인마트의 경우 아직은 여론을 의식해 미국산 쇠고기를 팔지 않고 있지만, 이곳의 빗장이 풀리게 되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급증하는 사이, 축산 농가들은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에 따르면 4월만 하더라도 전년 동기 대비 8.8% 늘었던 한우 매출량이 5월 마이너스 6.5%로 떨어졌고, 6월 마이너스 12%, 7월 마이너스 13%로 급격히 줄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촛불집회 여파로 쇠고기 판매량 자체가 줄었는데 미국산 쇠고기 판매까지 늘면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한우 가격 폭락, 축산 농가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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