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새벽 일본 야마나시(山梨)현 쇼와(昭和)정에 사는 한 일본 주부는 집 밖에서 나는 여성들의 처참한 비명소리를 듣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중국어를 하는 여성 몇몇이 남자들에게 잡혀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이들 중국 여성은 그 주부에게 "우리는 일본으로 돈 벌러 온 중국실습생"이라며 "잔혹한 노동강도와 환경을 견디다 못해 봉급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했지만 기숙사로 들이닥친 업주가 중국으로 강제 송환 하겠다며 이렇게 우리를 끌고 가고 있다"고 읍소했다.
이 사건이 중국에 알려지면서 커다란 파장을 낳고 있다. 그냥 잊혀질 뻔한 사건이었으나 일본에서 활동하는 중국 작가 모방푸(莫邦富)가 최근 재일 화교신문인 일본신화교보에 이들 중국 여성 6명의 자세한 노동착취 전말을 소개하면서 일이 커졌다.
일본신화교보에 따르면 이들 여성은 후베이(湖北)성 황스(黃石)시 출신으로 2005년 중국 인력송출업체를 통해 일본 야마나시현의 세탁공장에 파견돼 일을 시작했다. 이들은 교육기간을 채운 뒤 2006년 12월 실습생 신분으로 전환돼 최근까지 주말도 없이 매일 밤 12시까지 격무에 시달려야 했다. 하루 15시간의 노동은 기본이었으며 2007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겨우 3일 밖에 쉬지 못했다. 이렇게 죽어라 일했지만 이들이 받은 월급은 겨우 5만엔(50만원) 정도였다.
모방푸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일본에서 열 살을 갓 넘긴 여자 아이들이 집안의 빚을 대신해 팔려가 나가노(長野)현의 방직공장에서 노동착취를 당했던 것을 그렸던 걸작 영화 <아 노무기고개(野麥領)> 가 과거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한탄했다. 아>
모방푸의 글이 발표된 직후인 8일 중국 상무부는 여공들의 노동조건 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이들뿐 아니라 일본에서 궂은 일을 하는 수십만 중국 노동자의 인권문제를 우려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어 중일간에 미묘한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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