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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완의 투자 클리닉] 확률의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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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완의 투자 클리닉] 확률의 고수

입력
2008.09.10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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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 중 1,000만명에게 1만원씩 내고 아침에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베팅한 돈의 2배를 받고 뒷면이 나오면 탈락하는 도박에 참여할 권한이 주어졌다고 가정하자. 이 기상천외한 도박에 참여한 사람은 성공 횟수에 따라 처음엔 2만원, 두 번째엔 4만원, 세 번째엔 8만원, 네 번째엔 16만원을 받게 되는 셈이다.

이런 식으로 동전 던지기 도박을 20회 반복하면 1,000만명 중 몇 명이 승자로 남고, 그들은 각각 얼마를 벌게 될까. 동전 던지기를 20회 연속 성공할 확률은 2의 20승인 104만분의 1, 따라서 도전자 1,000만명 중 상금 104억원을 9.5명이 각각 받게 된다는 게 정답이다.

그렇다면 이 9.5명이 도박에 참여한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원금을 몽땅 날리는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수익률을 올린 '동전 던지기의 초고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성공한 9.5명이야 '동전 20번 던져 100억원 만드는 방법'이라는 책을 쓰고 싶겠으나,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 생각하면 이것은 그들의 운이 '지독하리만큼' 좋았던 결과일 뿐 동전 던지기 실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2004년 이후 세계 자산가격이 상승하는 중에 우리는 "진정한 투자의 고수들은 이론이 아닌 수익률로 이야기한다"는 말을 자주 접했다. 주식의 단기매매나 펀드투자 등에서 나름대로 엄청난 초과수익률을 올린 비법을 공개하는 이른바 재테크 서적도 불티나게 팔렸다.

물론 과정보다는 결과를 우선시하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에게 과거의 높은 수익률은 중요한 평가척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자고 나면 자산가격이 상승하는 대세 상승기에서의 수익률은 특별한 운영철학이나 투자비법의 결과이기보다는 단순히 운이 매우 좋았던 결과, 혹은 '겁 없이 일단 지르고 본' 결과일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위에서 제시한 동전 던지기의 사례처럼 대세 상승기에서의 '겁 없는' 투자는 예상외로 획기적인 단기 투자성과를 가져올 수 있고, 많은 투자자는 단순한 행운이나 무모한 베팅의 결과라기보다는 '치밀한 분석과 과감한 투자의사 결정의 결과'로 오해하곤 한다.

최근 한 언론엔 1988년 이후 베트남에 대한 한국의 누적 투자액이 135억달러로 전세계의 베트남 투자국 가운데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최근 베트남의 주가지수나 경제상황으로 볼 때, 우려할 만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 결과도 투자초기의 놀라운 단기수익률이 '용감한 투자와 행운'이 결합된 결과인지, 아니면 '치밀한 분석과 정확한 예측'의 결과인지 구별하지 못한 영향이 클 것이다.

고객의 안정적인 장기수익과 재무목표 달성을 생각하는 자산관리자라면 고객에게 '과감하게 투자하고 행운을 기다립시다'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자산관리자는 고객에게 단기수익률로 투자여부를 평가할 수 없다는 점과,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는 자산별 분산투자의 이점에 대해 설득시킬 수 있어야 제대로 된 개인 재무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가계에게 필요한 재무서비스는 '과감한 투자와 행운'이 아닌 '치밀한 재정설계'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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