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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다'로 복귀 소지섭 "배우 꿈꾸는 강패, 연기에 목말랐던 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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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다'로 복귀 소지섭 "배우 꿈꾸는 강패, 연기에 목말랐던 내 모습"

입력
2008.09.10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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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강로 한 멀티플렉스에서 지난달 27일 열렸던 <영화는 영화다> 의 기자 시사회장. 상영에 앞서 주연배우 소지섭이 무대인사를 위해 등장하자 여기자 몇몇이 짧은 탄성과 함께 소곤거렸다. "광고 화보에서 막 튀어나온 듯해." "패션 쇼 보러 온 것 같네."

'발리'(TV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 열풍과 숱한 '미사'( <미안하다 사랑한다> ) 폐인들을 뒤로하고 떠났던 소지섭이 돌아왔다. 공익근무 등으로 보낸 3년 반 가량의 공백. 잔인한 파괴자인 시간도 그의 '간지'나는 몸매와 잘 생긴 얼굴에 흠집을 내지 못했다. 가을 햇살이 기분좋게 오글거리는 서울 압구정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소지섭의 복귀작이 결정됐을 때 적지않은 사람들이 의아해 했다. <영화는 영화다> 는 제작비가 충무로 평균 제작비에도 한참 못 미치는 15억원이었던 데다가 감독도 신인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규모와 무관하게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는 게 출연의 이유. "깡패임에도 배우에 대한 꿈을 놓지 않는 영화 속 '강패'의 모습이 공익근무 기간 연기에 목말라 했던 저의 모습과 많이 겹쳐져 매력을 느꼈다"고도 했다.

깡패 같은 영화배우와 영화배우 같은 깡패가 실제 싸움을 하며 영화의 액션 장면을 찍는다는 내용의 작품이다 보니 촬영 때마다 상대역 강지환의 주먹과 발길질을 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발로 차는 장면은 거의 다 서로 맞았다고 보면 돼요. 다행히도 손가락 삔 거 말고는 다친 데는 없었어요."

몸을 던진 연기 때문이었을까. 시사회 이후 그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적지않다. "대사가 적은 인상적인 역할 덕을 봤다"는 유보적 반응도 있지만 "영화배우로 안착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정작 소지섭은 자신의 연기에 대해 "50점 이상 정도 될 것"이라고 답했다.

스스로에게 너무 박한 것 아니냐는 말에 "100에서 반 이상을 의미하는 51이라는 숫자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물이 절반 가량 차 있는 컵을 보고 반이나 물이 찼다고 보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아닐까.

하지만 너무 멋있게 그려진 극 중 역할과 자신의 출중한 외모만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선 부담감을 털어놓았다. "굳이 무게를 잡으려고 노력하진 않았고요. 몸이 좋다고들 하면 기분은 좋은데 연기보다 겉모습만 보게 될까 봐 걱정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 보셨어요?"

"연기가 더 많이 눈에 띄었다"고 답하자 그는 엷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오랜만에 출연한 작품이라 정말 긴장이 되거든요. 공익근무 시절 '내 위치를 지킬 수 있을까, 감이 떨어졌을 텐데 예전처럼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고요. 주변 분들이 이번 영화 좋게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인터뷰 막바지 한류 스타인 그의 팬클럽 활동에 대해 물었더니 "저는 공식 팬클럽이 없어요"라며 말을 아꼈다. 숱한 여심을 흔들어 놓은 배우가 변변한 '사조직' 하나 없다니. 적지않은 스타들이 자신의 세 과시와 인기 유지를 위해 팬클럽을 창단하고 동원령까지 내린다는데.

"주변서 다들 팬클럽 만들라고 성화인데 저는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만들어 놓고 관리도 제대로 못하는 분들도 있고. 저는 뭐든 하려면 확실히 하고 그럴 자신이 없으면 안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 리뷰/ '영화는 영화다'

어깨들 저리 가라 할 '불량 스타' 장수타(강지환)는 영화 촬영 중 욱 하는 성질에 상대 배우를 폭행, 영화 제작 중단 위기를 맞는다.

수타의 성깔을 잘 아는 배우들은 상대 역으로 나서길 주저하고, 수타는 결국 룸살롱에서 사인을 해주며 알게 된 주먹 이강패(소지섭)에게 출연 제의를 한다.

한때 무명 배우였던 강패는 액션 장면 촬영 때 실제 싸움을 하는 조건으로 제의를 받아들인다. 촬영 재개 뒤 강패가 현실과 구분이 가지 않는 호연으로 주연배우 수타의 자리를 위협하면서 두 사람 사이엔 묘한 우정과 극도의 신경전이 엇갈린다.

김기덕 감독의 각본을 밑그림 삼았고, 김 감독의 '문하생'이었던 장훈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점은 이 영화의 정체성을 명확히 규정짓는다.

극단적인 상황 설정과 날것의 강렬한 이미지, 이들이 충돌을 일으키며 점증되는 갈등과 감정의 고조. 김기덕 감독의 인장은 필름 곳곳에 선연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김기덕의 아류라고만 낙인 찍힐 수 없는 독창성을 구축해 낸다. 김 감독의 영화가 지상에서 10㎝ 가량 떠다니는 사람들의 이야기 같다면, <영화는 영화다> 는 최소한 한 발은 땅에서 떨어지지 않은 인물들의 삶을 구성한다.

비용 대비 효과라는 면에서도 이 영화는 위기의 터널에 갇힌 충무로에 적지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배우들?앙상블과 신인 감독다운 패기와 뚝심의 연출은 저예산 영화(순제작비 15억원)의 태생적 어려움을 뛰어넘는 영화적 재미를 준다.

'진짜 현실과 영화적 현실'에 대한 사뭇 철학적인 질문도 투박하면서도 호기로운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 11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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