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모기지 형제(프레디맥 패니메이) 구하기'가 우리나라 증시를 단박에 수렁에서 건져냈다. '9월 위기설'의 불씨까지 완전히 꺼트렸는지 환율은 급락하고 금리도 안정을 찾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금융 불안이 빠르게 잦아드는 모습이다. 그러나 지나치면 미치지 못하는 법(과유불급), 아직 안심하기엔 일러보인다.
8일 코스피지수(1,476.65)는 72.27포인트(5.15%)나 급등했다. 올들어 최대 상승률이자 지난해 8월 20일(93.20포인트)과 11월 26일(82.45포인트)에 이어 사상 3번째 높은 상승 폭. 코스닥지수(459.42)도 17.47포인트(3.95%) 올랐다. 어찌나 급하게 올랐던지 올해 두 번째 사이드카(선물가격의 변동이 5%이상 1분간 지속되면 프로그램 호가 5분 정지)도 발동됐다.
북치고 장구친 건 단연 미국발 훈풍이었다. 미국 금융시장의 최대 불안 요인이자 전세계 경제를 짓누르던 국책 모기지업체에 대한 미 정부의 지원 결정은 신용경색의 우려를 씻어냈다. 금융업종과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려온 건설업종이 급등한 게 방증이다.
때아닌 호재는 '9월 위기설'로 가뜩이나 얼어붙은 수급과 투자심리도 녹였다. 위기설의 진앙이었던 외국인 채권만기를 무사히 넘길 가능성이 커졌고, 경기둔화 실적악화 등은 이미 반영돼 주가의 저평가 매력이 살아났다는 것이다. 외국인은 15거래일 만에 '사자'에 나섰고, 기관과 연기금도 대거 매수 공세에 나섰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1,500선 회복을 넘어 1,600선 이상의 반등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발 호재를 안도랠리의 재료로 인식하는 셈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주말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이날 '패닉 바잉'(panic buying)이 나타난 것은 전형적인 추세 반전의 패턴"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주 급등했던 원ㆍ달러 환율은 이날 하루에만 36.4원이 떨어져 외환위기 이후 10년 5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1차적인 원인은 역시 미 정부의 구제금융 조치에 따른 주가 급등과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세였다.
위기설의 진앙이었던 채권 시장도 안정세를 보였다.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주 말보다 0.04%포인트 내렸다. 이번 주 외국인들의 대거 채권회수 우려가 잦아든 데다 최근 국내 채권투자의 기대수익률이 높아지고 있어 외국인의 재투자 가능성이 큰 상황으로 시장은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속도다. 하루 만에 주가는 폭등하고 환율은 폭락했다. '안정을 되찾았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이 때문에 폭락에 따른 보상심리(주가), 급등에 대한 불안심리(환율)가 이날 이상징후의 주원인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미국발 호재가 "급한 불만 껐다"(단기처방)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외국에선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에 대해 "역사적인 이벤트지만 기뻐하긴 이르다"(브라이언 가드너 워싱턴리서치 부회장) 등의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홍순표 대신증권 연구원도 "(미국발 호재가)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환율 역시 9월 위기설이 무사히 지나가더라도 장기적인 하락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가 적자 행진을 지속하고 있는데다 달러화가 계속 강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증시에도 마이너스 요소다.
공포로 치닫던 국내 금융시장이 급속도로 안정을 되찾는 모습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면에 잠복 돼있는 악재(신용경색 우려 재부각, 기업실적 악화, 경기둔화, 가계부채 위험 등)가 언제 고개를 쳐들지 모를 일이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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