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는 넘겼다.'
7일 미국 양대 모기지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사실상의 국유화 조치가 단행됨에 따라 전세계 금융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조치는 지독히도 오래 가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 금융위기와 신용경색에서 드디어 벗어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번 결정이 경제와 금융 시스템 보호에 기여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총재는 "프레디맥과 패니메이의 국유화를 통해 모기지 및 주택시장이 안정되고 더 나아가 경제와 금융 전망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이번 조치들이 주택시장 회복을 돕는 것은 물론 금융시장 안정을 꾀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여름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 신용경색이 나타나기 시작한 이후 연초 베어스턴스 사태에 이어 크고 작은 문제가 지치지도 않고 터져 나왔지만, 그중 미국뿐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에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작용했던 것은 뭐니뭐니 해도 두 모기지업체의 부실 처리 문제였다.
최근 리먼브라더스가 '제2의 베어스턴스'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공식 제기됐고 앞으로도 100개 이상의 미국 은행들이 파산할 것이라는 외국 언론의 경고도 있었다. 하지만 좁게 보면 이는 모두 미국 내의 문제. 반면에 아시아권 중앙은행들이 상당량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파산할 경우 그 영향은 미국을 넘어 세계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었다.
결국 미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자본을 확충하고 이 업체들이 발행한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이는 대신 경영권을 빼앗아 정부 관리체제(conservatorship) 하에 두는 사실상의 국유화 조치를 단행함에 따라 이 같은 불확실성은 사실상 해소됐다. 추락을 거듭하던 아시아 증시는 8일 오랜만에 급등하며 환호성을 질렀고 채권시장과 외환시장 등 글로벌 금융시장 역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이번 조치가 바로 신용위기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 주택시장 회복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서브프라임 발 신용위기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중대한 고비를 넘긴 것은 확실하다"면서도 "만약 부동산 가격이 계속 떨어진다면 아무리 세금을 쏟아 부어도 두 업체의 부실규모는 더 커질 것이고, 부실로 쓰러지는 금융회사들도 나올 것이므로 향후 주택시장 동향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윌리엄 풀 전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번 조치는 '임시변통'이며 미 재무부가 패니매와 프레디맥을 정상 회복하는데 들어갈 규모가 2,000억달러가 아닌 3,000억달러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오 실장은 "주택 가격이 회복되지 않고 계속 떨어지게 되면 압류 주택이 늘어나서 다시 주택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가계의 부채 상환 부담이 커져 소비부진과 실물경제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올 여름 최고 수준에 달했던 모기지 금리가 다시 내림으로써 주택구입 부담이 줄어들 것이며, 이것이 주택시장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사상 최고 수준인 재고와 실업률이 6.1%까지 올라갈 정도로 고용조건이 악화돼 주택 구입여력이 날로 줄어들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주택가격이 이른 시일 안에 회복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다.
마크 새빗 모기지뱅커협회(NAMB) 사장은 "정부의 정책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시장에 반영되려면 적어도 1년 이상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2분기 미국 주택압류 비율은 사상 처음으로 1%를 넘은 1.19%를 기록했고 모기지 대금을 30일 이상 연체한 비율도 6.41%로 최고치에 달했다.
최진주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