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송희명(30)씨는 하루를 프로야구로 시작해 프로야구로 끝낸다. 롯데 자이언츠의 팬인 송씨는 아침에 일어나 출근 전 케이블 TV로 전날 롯데 자이언츠 경기 재방송을 보고, 저녁에 퇴근해 그날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후반을 본다.
롯데 자이언츠가 경기에서 이긴 날이면 맥주를 마시며 밤에 방송하는 하이라이트를 보고 잠을 청한다. 케이블 TV의 스포츠 채널인 Xports, MBC ESPN, SBS 스포츠 채널, KBS N SPORTS 등 4개의 스포츠 채널이 각 팀의 경기를 방송해주다 보니 매일 프로야구 시청이 가능해진 것이다.
송씨의 예는 케이블 TV의 '킬러 콘텐츠'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드'(미국 드라마)와 이종격투기, 프리미어 리그 등 해외 콘텐츠 사이에서 국내 프로야구가 새로운 인기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 기준으로 각 케이블 TV 스포츠 채널의 프로야구 시청률은 약 1% 대. 케이블 TV는 보통 1%대 시청률이면 성공으로 보는 현실에서 분명히 고무적이라 할 수 있는 수치다. 특히 프로야구가 스포츠 채널 시청률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프로야구는 시청률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시청률만 본다면 여전히 같은 인기 미드의 새 시즌이나 이종격투기 K-1이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드는 한 시즌이 불과 20여회이고, K-1 역시 경기가 아무때나 열리지 않는다. 반면 한국 프로야구는 매주 6회씩 열린다. 그만큼 오랜 기간 동안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장한다.
SBS 스포츠 채널의 한 관계자는 "프로야구는 매일 방송된다. 게다가 저녁과 아침의 하이라이트 방송, 그리고 관련 프로그램 등으로 하루 몇시간씩 방영이 가능하다. 프로야구가 채널 전체를 안정적으로 이끄는 콘텐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프로야구의 인기는 마니아를 중심으로 한 케이블 TV와 생활문화의 접목이 큰 역할을 한다. 프로야구 마니아들은 매일 케이블 TV나 인터넷으로 야구 경기를 보면서 동시에 인터넷 야구 커뮤니티를 통해 다른 야구 팬들과 소통한다. 그들에게는 프로야구 시청이 단지 한 게임을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생활 중 일부가 되는 셈이다.
케이블 TV에서도 이들을 의식해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한화 이글스의 김태균 선수는 프로야구 팬들 사이에서 '김별명'으로 불린다. 팬들이 지어준 별명이 워낙 많아 아예 이런 별명이 붙은 것. 그리고 케이블 TV에서는 중계 도중 이 사실을 자주 언급해 최근에는 공중파 스포츠 프로그램에서도 김태균 선수의 별명이 거론되기도 했다.
해당 콘텐츠의 마니아와 케이블 TV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시청률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 TV는 아니지만 OBS <불타는 그라운드> 는 SK와이번스 선수들의 일상을 다룬 프로그램을 매주 방송해 호응을 얻고 있다. 불타는>
인기 콘텐츠가 해당 시청자의 생활문화에 파고들 경우 케이블 TV의 효자 상품이 될 수 있음을 국내 프로야구가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한 케이블 TV 관계자는 "케이블 TV는 기본적으로 해당 콘텐츠의 팬들이 이끌어가는 시장이다.
그만큼 팬들의 취향과 생활문화를 파악하고, 콘텐츠 시청을 그들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뿌리내리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야구의 성공은 그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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