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적자금이 우리나라 '9월 위기설'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부시행정부가 부실의 늪에 빠져 도산위기에 처해있던 양대 모기지 업체인 패니메이 프레디맥에 2,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제공키로 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폭등했고 환율이 급락하는 등 위기설에 짓눌려 있던 국내금융시장이 모처럼 기지개를 폈다.
하지만 외부재료에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국내금융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냄비속성'을 드러내고 있다.
8일 종합주가지수(코스피)는 지난주 말보다 무려 72.27포인트(5.15%) 폭등한 1,476.65로 마감, 올들어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미국발(發) 호재에 흥분한 나머지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장중 '사이드카(일시거래정지조치)'까지 발동됐을 정도. 외국인들도 15거래일 만에 '사자'(80억원 순매수)로 돌아서 폭등장세에 힘을 보탰다. 코스닥지수도 17.47포인트 오른 459.42로 마감됐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사들이면서 원ㆍ달러 환율도 큰 폭으로 떨어져 1,100원선을 가볍게 무너뜨렸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이날 하루 36.4원이나 하락, 1,081.4원으로 마감됐다. 하루 낙폭으론 10년5개월만에 최대다.
시장 전문가들은 9월 위기설이 지난 주 후반을 고비로 점차 누그러지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패니메이ㆍ프레디맥 구제금융 조치가 발표됨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의 패닉(공황)심리도 한풀 꺾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9~10일에 집중된 외국인 보유채권 만기도 대량환매 없이 무사히 넘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이날 "위기설의 핵심인 9월 중 외국인 보유채권 만기 도래는 정부가 충분히 상환할 여력이 있고 금융기관의 유동성도 풍부해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이날 시장 호전이 추세적 안정으로 이어질 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미국의 구제금융 조치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 하락 등 본질적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금융연구실장은 "불과 며칠 사이에 기록적인 악화와 호전을 거듭하는 상황은 여전히 국내 금융시장이 외부 충격이 극히 취약하다는 의미"라며 "급변동이 적은 '진짜 안정'을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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