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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집 발표한 토이 객원보컬 이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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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집 발표한 토이 객원보컬 이지형

입력
2008.09.10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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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겨울 '90년대 트렌드'의 정점을 찍었던 토이 6집의 타이틀 보컬은 의외의 인물이 맡았다. 화려한 '토이 사단'의 네임 리스트에 추가된 새 보컬은 여전히 홍대 클럽의 냄새가 물씬 나던 이지형(30).

그는 당시 1집과 소품집을 낸 데 불과한 신인의 모습으로 대중에게 소개됐지만 사실 '천하의 유희열'(토이)에게 간택됐던 그의 진면목에 많은 음악팬들은 궁금증을 쏟아내며 정체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4일 나온 이지형의 2집 <스펙트럼> 은 10년 이상 홍대 클럽, 인디, 메인 스트림으로 차분히 단계를 밟으며 내공을 쌓아온 이지형의 '명함'과 같은 앨범이다. 토이의 보컬이 아닌 이지형을 궁금하게 여겼던 이들에 내놓는 일종의 자기소개서이자, 팬들을 위해 공개한 압축된 미래의 디스코그라피 파일이다.

커트 코베인을 숭앙하고 헤비메탈 연주를 하며 밥 딜런과 김민기, 한대수를 들었던 '메탈포크 주니어'로 자신을 밝히는 이지형. 그는 지난달 31일 공연 때 입은 부상이 완쾌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몸은 멀쩡한데 입만 아픈 거죠. 무대에서 기타를 돌리다가 기타 뒷부분이 입술을 치고 가면서 피가 났어요. 10바늘을 꿰맸어요. 재빠르게 지혈을 해 다행히 공연은 잘 끝냈지요."

이지형의 경력은 10년이 넘는다. 고등학교 때 인디 무대에서 이름난 밴드인 위퍼를 결성, 군 입대 전까지 보컬과 기타를 맡았고 언니네이발관, 서울전자음악단에서도 활동했다.

"이번 앨범은 이지형이 기타를 잡고 지금까지 표현하고 싶었던 모든 색을 담은 욕심의 표출이에요. 학창시절 음악의 모든 것이던 너바나의 정서, 솔로로 일어서기 위해 심취했던 모던록의 분위기 등이 다 담겼어요. 그렇다고 힙합을 하면서 R&B에도 도전한다는 식의 묶음은 아닙니다."

타이틀곡 '아이 니드 유어 러브'는 2006년 1집 앨범 <라디오데이즈> 에 담으려고 만들었던 노래이다. '유성'은 밴드 시절인 22살 때 만들었지만 팀원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합주 3번 만에 접었던 곡이기도 하다.

"타이틀곡은 만들었을 당시에 노래 스타일, 편곡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제가 더 숙성된 후 앨범에 넣기로 했던 것이죠. '유성'은 오랜 세월 가슴에 담아뒀던 곡이라 가장 정이 많이 가요."

이밖에 기타를 둘러메고 이태원과 종로를 누볐던 중학생 시절의 모습을 떠올려 주는 '메탈포크 쥬니어의 여름', 일본 애니메이션 '초속 5센티미터'에서 영감을 얻었던 연주곡 '한때 우리는 작고 보드라운 꽃잎이었네'가 트랙 리스트를 이룬다.

'홍대 원빈'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배우 뺨치는 외모와 여심을 살살 녹이는 달콤한 보이스의 소유자인 그가 어째서 10년 넘게 대중의 가시거리에 머물지 못했을까.

"그 흔한 '월반' 한 번 없이 정해진 모든 계단을 다 밟았던 것 같아요. 연예기획사에서 여러번 불렀지만 소질도 없고 해서 기회를 만들지 않았죠. 다행히 언니네이발관의 이석원, 서울전자음악단의 신윤철 등에게서 무대와 음악을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수업기간이 길었다는 불만은 없어요. 희열이 형과 만나 경험했던 몇달간의 공부야말로 계속 저의 자양분이 될 것 같아요."

이지형의 음악엔 커트 코베인, 그리고 비틀스의 감성이 뭉그러져 녹아있다. 풍성한 악기들의 연주는, 솔로임에도 밴드의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메인 스트림에서 밴드의 활약을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 대중음악의 현주소를 얘기하다 이지형의 밴드 복귀 의향에 대해 물었다.

비틀스에서 오아시스를 거쳐 콜드플레이, 트래비스 등 굵직한 가지를 뻗어간 브릿팝의 토양이 밴드에서 시작됐듯이 우리에게도 실력있는 밴드의 출현이 절실하단 말도 함께 던졌다.

"밴드에 대한 로망이 없는 건 아니죠. 솔로로 나서면서 너바나도 함께 떠나보냈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의 영향은 계속 저를 둘러싸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위퍼 해체 때의 상처도 있고, 지금은 이지형의 음악에 몰두하고 싶어요. 아마도 밴드를 구성할 일은 없을 듯합니다. 밴드가 그립지는 않단 말이지요."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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