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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융에 숨통 틔운 미국의 모기지 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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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융에 숨통 틔운 미국의 모기지 구제

입력
2008.09.10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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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양대 모기지(주택담보 대출) 회사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국유화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세계 금융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섰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미국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적자금 카드를 꺼낸 것은 두 회사의 부실을 방치할 경우 주택 시장 붕괴, 금융시스템의 위기 확산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약속한 최대 2,000억 달러 규모의 공적자금은 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이다.

이 조치로 두 회사가 발행한 채권이 사실상 미 국채로 전환되면서 한국은행이 보유한 두 회사의 발행 채권 500억 달러에 대한 투자 손실 위험성이 거의 없어진 것도 긍정적이다. 폭락세를 보이던 한국의 코스피 지수는 어제 모처럼 72.27포인트 급등했으며, 원ㆍ달러 환율은 36.40원이나 급락했다. 중국을 제외한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증시도 동반 상승하는 등 훈풍이 불었다.

그러나 미국의 금융구제는 개운찮은 뒷맛을 남겼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민간 금융기관의 부실을 대규모 혈세를 동원해 털어낸다는 점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1998년 사모펀드인 롱텀캐피털 매니지먼트(LTCM) 부실, 최근 투자은행(IB)인 베어스턴스 사태 등 금융 위기 때마다 공적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반면 한국 등 아시아국가가 외환위기 당시 은행 파산을 막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자 도덕적 해이라며 꼬집었다. 자국 기업은 감싸고, 타국의 금융기관 지원은 비판하는 이중적 잣대를 보여온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조치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대출) 위기의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주택경기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리먼 브라더스 등 투자은행(IB)의 부실 확산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발 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면 월가의 자금이 한국에서 더 빠져나가 금융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 정부는 위기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등 실물과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할 선제적 조치를 내놓아 시장의 신뢰를 얻도록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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