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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Clean' "지구인들이여, 청결의 깃발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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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Clean' "지구인들이여, 청결의 깃발 아래로"

입력
2008.09.0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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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스미스 지음ㆍ박종윤 옮김/동아일보사 발행ㆍ588쪽ㆍ2만2,000원

"썩은 이와 지독한 입 냄새는 지극히 흔하고도 고통스러운 문제였는데 설탕과 끈적끈적한 과일, 사탕 과자의 수입이 늘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306쪽) 18세기 후반부 유럽의 치과 의사가 구강 위생 개선을 위해 썼던 보고서의 일부다. 불결의 극치가 가장 세련되고 우아해 보이고 싶어하던 부르주아에게서 횡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몸단장은 한술 더 떠, 향수 냄새가 코를 찌르기 일쑤였다. 책은 그것이 "색조 화장품을 그처럼 두껍게 했던 데는 당시 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풍토병이었던 천연두의 만연이나 매독으로 인한 부작용 탓"이었으리라 짐작한다.

화장은 추를 가리기 위한 것인가, 미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것인가. 불결과 청결은 종이 한 장 차이면서도, 역사를 움직인 동력이었다. 책은 청결에 대한 인류의 강박이 어떻게 변천해 왔나를 예술사와 문헌 기록 등을 통해 보여주며, 화장술 내력을 펼쳐 보인다. 런던 위생 및 열대 의과 대학에서 명예 연구원으로 근무중인 저자는 각종 역사적 근거를 논거로 해 논지를 전개한다. 부제 '개인 위생과 화장술의 역사'.

메소포타미아 등 고대 왕조들은 모두 고급 미용품 거래의 중심지이었다. 미용 도구는 또 저승길의 필수적인 동반자(부장품)이기도 했다. 그들에게 화장품은 무엇보다도 육체를 온건하고 건강하게 보존해 주는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리스에서는 개인 위생이 몸단장을 넘어, 삶의 철학이었다. 새 땅에 정착한 뒤, 물에 특히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것은 그래서다. 건강미를 최고로 쳤던 그들은 "부인이 루주를 칠하고 향수를 뿌리고, 남편과 해롱거리는 것은 갈보나 하는 짓"(130쪽)이라 여겼다.

한편 남녀탕이 분리된 것은 14~15세기 프랑스. 그러나 이 무렵부터 남녀가 함께 하는 목욕 축제 등 목욕 문화가 확산, 매음굴에서의 목욕도 나타났다. 금욕주의적이었던 청교도는 서늘한 공기, 차가운 물을 사용한 '냉요법'이 도덕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된다며 이를 장려하기도 했다. 19세기는 앞 시대의 불결함에 목욕 문화의 확산으로 답했다.

20, 21세기는 청결 이데올로기가 세계화, 개인 수입이 곧 가정 청결로 동일시돼 획기적인 장을 연다. 오염을 적대시하는 반공해생태학이 국제적 이념으로 부상한 것이다. 우생학과 예방 의학이 각광받고, 일부 급진 청결주의자들은 자연주의와 나체주의를 외치기에 이른다.

이 시대, 청결은 곧 투쟁이다. 그린피스 등 생태학적 저항 운동은 '녹색' 우산 아래 하나로 합쳐졌다. 유조선의 기름 유출이 곧 세계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시대다. 저자는 지구인들이 청결의 깃발 아래 뭉칠 것을 호소한다.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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