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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 툭하면 이혼하는 시대에 던지는 사랑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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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 툭하면 이혼하는 시대에 던지는 사랑의 메시지

입력
2008.09.0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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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캐리건 지음ㆍ나선숙 옮김/문학수첩 발행ㆍ368쪽ㆍ9,500원

뉴욕 맨해튼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전문직 여성이 주인공이라고 하면 으레 칙릿을 떠올릴 법하지만, 이 아일랜드 여류 작가의 장편은 사랑의 본모습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작품이다. '칙릿 풍의 <오만과 편견> '이랄까.

능력 있고 성적으로 분방한 37세 요리 전문가 '트레사'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미남 관리인 '댄'에게 반해 서둘러 결혼한다. 그녀에겐 10년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처럼 완벽한 결혼 생활을 꾸릴 수 있으리란 믿음이 있다. 하지만 이 신혼부부는 아일랜드계라는 것 외엔 당최 닮은 데가 없다.

댄의 강권으로 맨해튼을 떠나 용커스(뉴욕 남동부 교외 도시)로 이사한 트레사에겐 인근에 모여 사는 남편 가족들과의 잦은 모임이 싫고, 댄 역시 화려한 삶에 익숙한 트레사의 동료들과 겉돈다. 결혼 1년 만에 둘은 심각한 갈등에 봉착한다.

소설은 트레사 부부의 이야기와, 외할머니의 독백 같은 회고담을 번갈아 보여준다. 더할 나위 없이 이상적으로 보였던 할머니 부부 사이엔 놀랍게도 평생 아물지 않는 틈이 있었다. 나이차 많은 남편을 맞기 전 할머니에겐 가난 때문에 떠나보내야 했던 첫사랑이 있었던 것.

할머니-손녀의 결혼 생활은 시작부터 난관이지만, 그들은 점차 사랑이 심중의 결핍이나 취향 차이보다 더 낮고 근본적인 자리에서 솟아나는 것임을 깨달아간다. 평생 헌신적 남편이었던 외할아버지가 임종 순간 아내에게 건네는 말은 압도적 감동과 함께, 연애 감정을 사랑과 동일시하는 세태에 성찰의 여지를 마련한다. 손녀에게 전수하는 형식으로 이야기의 양념 역할을 하는 할머니의 아일랜드 음식 레시피는 '진정한 사랑'에 대한 알레고리로 읽힌다.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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