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당초 이 달부터 시행하려던 자연장 계획이 시의회와의 이견으로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시는 다음달 다시 조례안을 상정한다는 계획이지만 시의회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재부결 될게 뻔해 자연장 도입을 기대했던 유가족들만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7일 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서울시의회는 최근 자연장 시행방법과 세부규칙 등을 포함한 '서울특별시 장사 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보류했다. 시의회는 서울시의 자연장(1만2,410㎡, 1만6,000위 규모) 사용연한 30년이 너무 짧고, 주민지원기금 설치 또한 불필요하다며 부결 이유를 밝혔다.
시의회 관계자는 "이미 지난달부터 자연장을 실시하고 있는 인천과 광주의 경우 사용연한을 각각 40년과 45년으로 정하고 있다"며 "자연장으로 장사수요를 흡수하려면 매장과 화장(납골)의 최대 30년보다는 사용연한이 당연히 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시는 "사용연한이 너무 길 경우 일반묘지와 다를 바 없게 돼 나중에 다시 묘지 대란에 휩싸일 수 밖에 없다"면서 사용연한을 1회 30년으로 못박고, 유골분을 함에 담거나 개인표지를 세우는 것도 금지했다.
자연장이 들어설 경기 파주 용미리 1묘지 인근 주민들에 대한 지원방법에 대해서도 양측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시는 특별기금을 조성해 자연장 주변 주민들에 대한 지원을 확실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시의회는 "이미 서울시에 특별기금이 15개나 조성돼 있어 시민들의 부담이 큰 만큼 더 이상 특별기금을 늘리기보다는 일반회계로 처리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시와 시의회가 대립하는 사이 장사시설 부족에 따른 시민 불편만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1998년 8월부터 시설부족을 이유로 파주 용미리 서울시립묘지에 일반인의 매장을 중단했다. 납골도 2003년 5월부터 기초생활수급자와 국가유공자를 제외한 서울(고양 파주 포함)지역 일반 시민들은 이용할 수 없다.
반면 서울시의 화장률은 계속해 증가해 2000년 48.3%이던 화장률은 2005년에는 64.9%를 기록했으며, 2020년에는 91.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화장률은 높아 가는 반면 납골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연장 도입을 손꼽아 기다리던 시민들 중 일부는 부랴부랴 타 시도 납골당이나 자연장지를 찾고 있다.
3일 부친상을 치렀다는 최모(51)씨는 "가족들과 협의한 끝에 자연장을 하려고 했으나 시행이 미뤄졌다는 소식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며 "자연장을 하기로 마음먹고 미리 자리를 알아놓지 않아 급하게 납골당을 찾는 등 허둥지둥 서둘러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지금의 조례안에 큰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면서 "시의원들을 상대로 서울시의 입장을 잘 설명한 뒤 재상정 하겠다"고 밝혔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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