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은 글ㆍ오윤화 그림/문학동네 발행ㆍ148쪽ㆍ8,800원
잠도 잘 오지 않는 여름밤. 4학년생 창수, 나영이, 영호, 승민이는 숲 속을 가로질러가는 담력훈련에 같은 조가 된다. 데면데면한 표정을 지으며 숲으로 간 아이들은 이내 길을 잃고 숲에서 밤을 지새울 곤경에 처한다. 이름 모를 서늘함이 몰려오고 창수가 귀신이야기를 꺼내는데…
친구 사귀는 법에 서툴러 스스로를 '투명인간'이라 자처하는 창수가 본 귀신은 물놀이를 하다가 만난 남자아이다. 물에 빠진 창수에게 슬픈 얼굴을 한 아이가 다가왔고 창수는 연민을 느끼지만 아이는 '친구가 되자'는 말을 할 틈도 없이 사라져 버렸단다. 친구들의 장난 때문에 '왕따'가 된 영호는 공책을 찾으러 간 텅빈 학교에서 귀신을 만났다고 한다.
운동장 한 구석에서 홀로 비석치기를 하는 아이를 발견한 영호는 그의 모습에서 친구들과 겉도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함께 놀이를 하고 우정을 쌓게 되었다고 한다. 엄마, 아빠가 이혼한 뒤 편부 슬하에 자란 나영이는 엄마 이야기만 나오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나영이가 만난 귀신은 유난히 하얀 피부에 옅은 갈색 눈동자의 작은 소녀다. 집앞 계단에 앉아있다 먼 곳으로 나영이를 끌고 간 소녀는 "진짜 이별식을 해야겠다"며 홀연히 사라진다. 그 소녀는 엄마가 나영이에게 선물로 주었던 인형이었다.
'귀신'은 자칫 공포감을 줄 수 있는 소재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자신 내면의 이야기를 꺼내고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로 쓰였다. 귀신에 대한 공포감보다는 측은함과 동정심이 짙게 느껴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귀신을 만나도 두려움보다 먼저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소통부재 시대에 내던져진 아이들의 외로움을 절실하게 느껴진다. 섬세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삽화가 작품을 돋보이게 한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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