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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독서' 바닷가에서 16년 함께… 책들에게 바치는 사랑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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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독서' 바닷가에서 16년 함께… 책들에게 바치는 사랑노래

입력
2008.09.0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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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열규 지음/비아북 발행ㆍ316쪽ㆍ1만4,000원

서강대 명예 교수 김열규(77)씨가 경남의 바닷가에 낙향한 지 16년의 세월을 낚아 올렸다. 책밖에는 없는 2층의 드넓은 서재가 그의 놀이터요, 산책로다. 1층 곳곳은 물론 계단 구석까지 책은 없는 곳이 없다.

이 책은 자신이 읽어 온 책들에게 바치는 연시(戀詩)다. 첫사랑의 열정이 그대로 간직돼 있다. 교수 생활 30년을 비롯, 유년기에서 노년기까지 살을 부대끼며 살아 온 책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1부 '서(書), 내게로 오다'는 책과 관련한 자서전이다. 할머니에게서 책읽기를 배운 어린이는 어머니가 한 궤짝 가득 보관하고 있던 언문 제문 뭉치에서 글의 온기에 빠져 들었다.

2부에는 책 낭독의 재미에 빠져 있던 어린 시절, 책과 쌓은 인연이 소개된다. 을사늑약으로 마지막 조선어 수업을 받던 기억도 들어 있다. 3부 '몰입의 유혹'에는 해방 이후, 책을 통한 문학 수업이 들어 있다. 백석과 데미안에 빠져 있던 소년의 모습이 아름답다.

4부 청년 시절은 독서가 깊어지던 때 이야기다. 노발리스, 두보 등을 읽으며 삶의 고통을 인지해 갔다. 5부는 노년기의 '농익은 책읽기'다. 이제 그에게 독서는 달관과 체념의 수준을 넘어, 전혀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한다.

행복한 지(知)의 유희다. 시, 소설, 논설문 등 장르별 책 읽기가 각각 주는 맛이 다르다며 그 속내를 소개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체호프, 토마스 만 등의 작품을 분석하는 대목에서 그는 본령인 교수의 모습을 언뜻 보인다.

"내게 책은 역사와 현실을 대하는 방패이며, 환난을 피할 피난처입니다. 출판계는 불황일수록 양서만이 희망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가 낡은 서가 앞에서 책들에게 하는 말이다. "책님들이시여, 고맙습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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