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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야 사태 한달/ 총성은 멎었지만…美-러 '신냉전 시대' 도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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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야 사태 한달/ 총성은 멎었지만…美-러 '신냉전 시대' 도화선

입력
2008.09.08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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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티아, 압하지야 등 그루지야 내 자치공화국의 독립문제로 촉발된 그루지야 사태가 7일로 한 달이 됐다.

전쟁은 국제사회의 개입과 러시아의 종전 선언으로 외견상 막을 내렸지만 국제역학관계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태의 의미와 향후 국제 질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짚어본다.

“그루지야와의 전쟁으로 우리(러시아)가 무시할 수 없는 국가임을 세계에 과시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6일 중앙ㆍ지방 관리와 기업지도자 등이 참석한 모임에서 한 이 발언에는 그루지야 사태가 국제질서에 미친 영향과 의미가 집약돼 있다.

그의 말대로 러시아는 8월 7일 그루지야의 남오세티야 공격을 빌미로 대대적이고 신속한 역공을 취해 그루지야군을 제압하고 남오세티아와 압하지야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세계에 알렸다.

반면 미국은 러시아처럼 단호하지도, 신속하지도 못했다. 뒤늦게 그루지야에 10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약속하고 딕 체니 부통령이 러시아를 맹비난했지만 군사 개입은 자제하고 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이 세계 유일의 ‘슈퍼 파워’로 군림하는 것을 러시아가 숨죽이며 지켜보던 양상과는 딴판이다.

이와 관련,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등 외신은 그루지야 사태가 신냉전(new cold war)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위크는 최신호에서 미국이 여전히 세계 유일의 슈퍼 파워이지만 더 이상 국제 질서를 마음대로 요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변화를 몰고 온 것은 러시아라는 ‘메이저 파워’의 부상이다. 미국과 소련이 양대 슈퍼 파워로 자웅을 겨루던 냉전의 변화한 형태이라는 것이다.

뉴스위크는 “그루지야 사태의 가장 큰 의미는 세계가 러시아를 다시 주목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라며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생산국, 세계 2위의 석유 생산국,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기반으로 외환보유액이 3,000억 달러에 이르는 경제 강국, 세계 핵무기의 절반을 보유한 군사 대국이라는 사실을 그루지야 사태가 확인시켰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부상은 유럽연합(EU) 등 국제기구의 반응에서도 확인된다. EU 회원국들은 1일 긴급정상회의를 갖고 ‘러시아-EU파트너십’ 논의를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지만 러시아에 대한 경제봉쇄나 제재라는 당초 예상에는 한참 못미쳤다.

EU 회원국이 자국의 에너지 수급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러시아를 의식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유엔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에 ‘국제법 준수’라는 원론적 요구만 할 뿐 사태 해결을 위한 변변한 결의안 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AFP통신은 “러시아가 슈퍼 파워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미국의 대외 정책을 저지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폴란드, 체코 미사일방어(MD) 기지 건설이나 우크라이나 등 구 소련 국가에서 불고 있는 친미정책과 성향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변화한 위상을 감안할 때 서방 세계의 러시아 고립화 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위크는 “미국은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더 이상 저지하지 말고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러시아가 세계 질서에 편입되면 더 개방적으로 변하고 국제질서에도 순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위크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국교를 수립한 것을 계기로 중국이 개방의 길로 들어섰다“며 “국교 수립 당시 닉슨 대통령이 ‘세계는 더 이상 중국을 지구촌 질서에서 소외된 국가로 남겨둘 수 없다’고 한 말은 지금의 러시아에도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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