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알로라(미국)&길레르모 칼자딜라(쿠바), '침전물, 감정(연설의 형태들)'= 잔해처럼 보이는 거대한 석고 결정체 안에 터널 같은 통로가 얽혀있다. 폭발이나 지각변동으로 인한 후폭풍, 부서진 비행기나 바위 덩어리 같은 미래의 재앙처럼 보인다. 그 통로 안에선 성악가들이 누워 악보를 보며 청아한 목소리로 무언가를 노래한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달라이 라마, 조지 W 부시, 사담 후세인 등 현대사의 세계적 주인공들이 연설했던 내용을 오페라로 만든 곡이다. 가수들의 자세는 전통 오페라에서 영웅들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거나 죽기 직전 침대에 누워 독백하던 자세.
수많은 다큐멘테이션 사이에서 유일하게 비주얼과 청각, 행위적으로 어필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많은 미술 전문가들이 가장 볼 만한 작품으로 꼽았다.
◆고든 마타-클락(미국), '당신이 바로 그 척도'= '아나키텍처'(건물 자르기)라는 새로운 방법론으로 건물을 부수는 것도 황홀한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세계적 작가 마타-클락의 지난해 회고전(미국 휘트니미술관)을 옮겨온 전시.
무너진 건물이나 잊혀진 폐허의 외벽을 다양한 모양으로 제거해 내부의 이음새를 드러냄으로써 그동안 감춰졌던 공간의 새로운 모습, 빛과 공기의 현란한 흐름을 보여준다. 국내 첫 소개라는 점에서는 반갑지만 회고전의 일부만 들여온 데다 설치물은 거의 없이 드로잉, 사진, 영상 위주로 꾸며져서 아쉽다.
◆한스 하케(독일), '넓고 하얀 흐름'= 전시공간 안의 장애물들과 함께 물결치듯 움직이는 하얀 천. 관람객은 그의 몸과 공기의 흐림이 부딪히는 촉각적 경험을 하게 된다. 관람자와 전시공간의 다이내믹한 관계를 다루는 키네틱 아트(kinetic artㆍ움직이는 미술)로 명성을 얻은 하케의 지난해 뉴욕 파울라 쿠퍼 갤러리의 전시를 옮겨왔다. 안타깝게도 일부만.
◆복덕방 프로젝트(큐레이터 박성현 기획)= 재래시장인 광주 대인시장에서 펼쳐지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현대화된 재래시장 안의 빈 점포 혹은 빈 공간을 다양한 주제와 오브제들로 채웠다.
포장마차 천을 거대한 캔버스 삼아 한 땀 한 땀 '사람꽃'을 수놓는 마문호의 '열망: 천 개 만 개 꽃을 피우다', 국가와 시장의 폭력에 밀린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만만한 게 홍어좆'이라는 말을 인용, 수컷 홍어의 생식기를 탁본 석고작업으로 기념비화한 박문종의 '1코 2애 3날개 4속살'(홍어의 맛을 가름하는 우선순위)가 눈길을 끈다.
◆요하힘 숀펠트(남아프리카공화국), '네 명의 음악가'= 의사소통 행위에서 발생하는 오해와 착각을 다룬 작품. 박제된 동물들을 역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아올려 독일 고전동화 '브레멘의 음악대'를 비틀어 재현했다.
박제동물들은 응구니 소, 암사자, 독수리, 공작 등 모두 암컷으로, 범아프리카적 상징성을 갖는 동물들이다. 전시장 초입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들을 맞는 작품으로 개막식의 음악공연 배경으로 사용됐다.
광주=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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