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살리는 정책 수단은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 그리고 금리인하의 세 가지로 요약된다. 그러나 금리인하는 지금과 같이 물가상승 압력이 큰 상황에서는 선택하기 힘든 대안이다. 재정을 통한 경기 활성화가 다시 한번 주목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증세를 통한 지출 확대를 시도해 왔다. 매년 상반기에 재정을 조기 집행하고 하반기에는 추경을 편성하면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오히려 재정적자의 폭이 매년 커지고 국가부채마저 급속히 증대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처럼 지출확대 정책이 실패한 것은 소비성 지출의 비중이 80%가 넘는 우리의 재정구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출 확대는 단기적으로는 반짝 효과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기부양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재정수지만 악화시킬 뿐이다. 이런 실패 때문에 '감세를 통한 경제 살리기'라는 정책 대안에 국민은 주목하게 되었고, 오랫동안 감세를 주장해온 한나라당의 이명박 대통령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이명박 정부의 첫 번째 세제개편안이 발표되면서 감세의 구체적인 메뉴가 밝혀졌다.
그런데 또다시 "가진 자와 대기업을 봐주기 위한 감세"라고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감세, 특히 법인세의 인하가 왜 필요한지는 이념이 아닌 경제학의 문제이다. 경제학이 이야기하는 법인세 인하의 효과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법인세를 인하하면 이른바 전가(shift)의 과정을 거치면서 궁극적인 혜택은 소비자와 근로자에게도 돌아간다. 먼저 법인세 인하는 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을 낮춰 소비자의 부담이 줄어들게 하고, 나아가 근로자의 임금상승으로도 이어진다. 또 배당으로 이어지면 주주에게 혜택이 돌아가기도 한다. 아울러 법인세 인하를 통해 기업이 더 많이 투자하여 일자리를 늘리고, 근로자는 더 많이 일하여 소비가 늘어나서 경기부양 효과도 생긴다.
둘째, 법인세 인하는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증대 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 주요 조세의 한계 효율비용을 추정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 크기는 자본과세, 노동과세, 일반 소비과세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효율성 증대를 통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법인세의 비중을 낮추고 소비과세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세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국제적으로 법인세 실효세 부담이 높고 부가가치세 세율은 낮은 것으로 알려진 우리의 경우 법인세 인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훨씬 많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최근 제기되는 부가가치세 세율 인하가 위험하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감세는 지출 확대와는 달리 그 효과가 늦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경우 레이건 행정부 당시 감세정책의 효과가 그 후 클린턴 정부에서의 장기호황으로 나타났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래서 우리도 감세의 경기 활성화 효과를 인내를 갖고 지켜보아야 한다. 다만 감세를 통한 재정 건전성의 악화를 막기 위해 지출의 효율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경제 활성화를 최대화 할 수 있는 적정 감세수준을 찾아내는 노력도 필요하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경세유표> (經世遺表)에서 감세 방안으로 9분의 1세를 주장한 대목은 200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9분의 1세란 천지방원(天地方圓)의 정리(正理)이니, 9분의 1보다 무거우면 인민들이 부담할 수 없고, 9분의 1보다 가벼우면 나라의 재정이 넉넉할 수 없다" 경세유표>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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