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 러시아, 그루지야 참전군과 분쟁지역 주민의 증언을 모아 그루지야 분쟁의 전모를 재구성했다.
신문은 ‘신냉전 시대’를 초래할 수 있는 비극적 전쟁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규명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이 기획의 게재 이유를 밝혔다.
도발은 남오세티아 민병대
분쟁의 서막은 8월 1일 남오세티아 분리주의자가 그루지야 군용 차량을 폭발시키면서 시작됐다. 그루지야는 평화유지군 5명이 다치자 즉각 보복에 나서 남오세티아 민병대원 6명을 사살했다. 이후 양측이 공격을 주고 받으며 분쟁은 격화했다.
국경 침공은 그루지야가 먼저
7일 오후 9시30분 그루지야 탱크부대가 남오세티아 국경을 향해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오후 11시5분 마무카 쿠라슈빌리 그루지야군 사령관은 “휴전선언을 파기하고 남오세티아 반군을 진압하기 위해 대규모 그루지야군이 남오세티아로 진격한다”고 발표했다.
또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이미 오후 11시께 러시아군이 그루지야 국경을 넘어섰다”며 러시아의 선제공격을 주장했다.
그러나 쿠라슈빌리 사령관이 전쟁을 선언하면서 러시아군을 언급하지 않고 공격 대상을 남오세티아 반군으로 한정한 점과, 전선에 투입된 양측 군인의 증언을 종합하면 국경을 먼저 넘은 것은 그루지야군이다.
러시아의 침공 유도 가능성
8일 오전 6시 그루지야 탱크가 남오세티아 수도 츠한발리로 진입했다. 곧 이어 전개된 전투에서 민간인 133명과 15명 이상의 러시아평화유지군이 사망했다.
러시아는 8일 오후에나 군대 파견을 결정했다고 주장하지만 러시아군은 그날 새벽 2시 이미 러시아-그루지야 국경인 로키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를 근거로 “러시아가 쳐놓은 덫에 그루지야가 걸려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루지야에 주둔한 미군 자문관 130명의 역할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 확전을 막으려한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의 원격 조정 때문에 그루지야 분쟁이 발발했다”며 미군 자문단을 비난했다.
피해자는 주민들
러시아와 그루지야는 이번 전쟁에서 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것에 대해 서로 상대방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츠한발리 주민들은 츠한발리 지역 민간인 공격은 주로 그루지야 군이 자행했다고 증언했다.
러시아군도 12일부터 고리 등 그루지야 주요 도시를 공격, 폐허로 만들었는데 이때 제네바협정으로 금지된 집속탄까지 사용했다.
남오세티아 거주 그루지야인 노인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루지야군이든 러시아군이든 마을을 지날 때마다 민가에 들이 닥쳐 약탈을 일삼았다”고 증언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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