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해괴망측한 일이다. 서울 동대문 경찰서가 지난달 말부터 장안동 일대의 성 매매업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자 한 업주가 '상납금' 장부를 들고 경찰서를 찾아와 특정 경찰관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며 노골적으로 반발했다. 그가 상납금 장부를 제시하거나 정식 고소ㆍ고발 절차를 밟지 않고 돌아가는 바람에 정식으로 사건을 접수시키라는 경찰과 '제 식구 감싸기'라고 비난하는 업주들의 신경전만 날카로워지고 있다.
이 지역에서 지난 20년 동안 상납금을 받은 경관이 700명에 이르고, 현직 경찰 거물도 적잖이 포함됐다는 등의 소문도 흉흉하다. 물론 대부분의 업주는 이런 '자해공갈'과는 거리가 있다. 한때 업주들은 대책회의를 열어 상납금 장부를 집단 공개하는 방안 등을 거론할 예정이었으나 경찰 기세에 밀려 대부분 잠적했다고 한다.
애초에 대대적 단속을 선언할 때 예측됐던 사태를 맞아 경찰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는 불을 보듯 명확하다. 경찰의 비리 혐의를 방패로 삼아 단속을 제약하거나 무력화하려는 업주들의 의도에 한 치라도 떠밀려서는 안 된다. 단속의 정당성과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업주들이 주장한 '상납비리'의 실상도 낱낱이 밝혀야 한다. 어느 쪽이든 쉬운 일이 아니지만, 부임과 동시에 담당 부서의 전면적 인사부터 단행한 신임 서장의 의지로 보아 어느 정도의 성과는 기대할 만하다.
다만 현재의 단속이 장안동 사태, 나아가 고질화한 성매매 문제의 근본적 해결로 이어지리라고 낙관할 수는 없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2004년 성매매 방지 특별법 시행 이후의 변화를 살피면 금세 확인할 수 있다. 특별법 시행 이후 전국 1,700군데 가까웠던 집창촌이 거의 절반으로 줄었고, 종사자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
그러나 성매매 사범은 꾸준히 늘고 있고, 오피스텔을 비롯한 독립시설을 활용한 음성적 성매매가 사회현상으로 정착했다. 그에 따라 단속 수요가 크게 늘고, 기술적 어려움도 커졌다. 업주와 경찰의 '검은 유착' 공간이 확대된 것도 물론이다. 이번 사태는 성매매 문제 전반에 대한 열린 논의의 계기로 삼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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