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의 계절이 시작됐다. 아시아 최초이자 국내 최대 미술행사인 제7회 광주비엔날레가 5일 개막한 데 이어 6일에는 바다의 도시 부산에서 2008 부산비엔날레가 71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현대미술의 최전방을 보여주는 한바탕 미술 축제, 비엔날레. 2년 간의 준비 끝에 베일을 벗은 두 비엔날레의 현장을 소개한다.
올해 광주비엔날레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예술총감독 오쿠이 엔위저(샌프란시스코 아트인스티튜트 학장)에 대해 간단히 알아두는 게 좋겠다. 지난해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가짜 박사 신정아씨와 공동감독으로 선임된 그는 신씨의 낙마로 홀로 남게 되면서 광주비엔날레 사상 첫 외국인 예술총감독이 됐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태생으로 학부 시절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그 때문인지 인종 문제나 탈식민주의 등 다분히 정치ㆍ사회적 이슈들이 그의 관심 주제다. 1998요하네스버그비엔날레, 2002카셀도큐멘타, 2007세비야비엔날레 전시총감독을 지낸 인물.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 오쿠이 엔위저는 '주제 없는 비엔날레'로 파격을 도모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확인한 그 '주제 없음'이란 주제는 오쿠이 엔위저라는 감독의 색깔로 대체된 인상이었다.
아프리카의 역사와 미국 흑인 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들, 범아프리카적인 인권 슬로건을 내세운 작품 등 유색인종의 문제를 다룬 제3세계 작가들의 작품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으며, 정치적이고 저항적인 작품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특히 아쉬운 점은 파격적이거나 참신한 작품이 부족하다는 것. 광주 전역의 5개 전시관에 선보인 36개국 127명 작가들의 작품들 중 눈에 두드러지는 작품들이 많지 않았다.
고든 마타-클락이나 한스 하케를 제외하면 A급 스타작가들의 작품은 별로 없는 실정. 지난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열린 주목할 만한 전시들을 모은 '길 위에서'와 젊은 큐레이터 5인의 기획 전시 '제안', 독자성과 이슈가 뚜렷한 개별 작가들의 전시 '끼워넣기' 등 3개 섹션을 '연례보고'라는 제목으로 전시공간의 구분 없이 한데 뒤섞은 것도 다소 산만하게 느껴졌다.
오히려 본전시보다는 '복덕방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재래시장(대인시장)에서 펼쳐진 '제안' 섹션의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생동감 넘쳤다.
이번 비엔날레에 대한 전문가들의 총평은 엇갈렸지만, 오쿠이 엔위저 감독의 개인색이 너무 강하게 드러났다는 점에선 대체적인 의견 합치가 이루어졌다.
전시를 둘러본 서울의 한 아트 디렉터는 "오쿠이 엔위저 감독의 전시를 여러 번 봐왔기 때문에 새로울 것도 놀라울 것도 없었다"며 "기존에 보여줬던 사회ㆍ정치적 주제들과 아이덴티티의 문제에서 벗어나지 않은 전시였다"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미술평론가 반이정씨는 "과거 비엔날레는 주제는 거창하지만 주제에 수렴되지 못하는 작품들이 태반인 경우가 많았다"며 "격년제 미술행사들의 주제가 거의 바닥난 상황에서 주제 없이 접근한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현대미술에 보다 진솔하게 다가간 측면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광주=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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