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한 친이명박계 초선 의원은 얼마 전 사석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게 “선배 의원으로서, 당의 지도자급 중진으로서 초선들을 두루 만나 많이 가르쳐 주면 좋겠다”고 조언을 했다.
박 전 대표는 “많이 만나야죠”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런데 그런 것이 정치적으로 오해를 받거나 하면 안 되는데…”라고 조심스러워 했다고 한다.
한 측근 의원은 7일 “박 전 대표는 다음 대선을 위해 당내 접촉면을 늘려 가야 한다고 느끼고 있지만 눈에 띄는 행보를 하는 것은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래서 박 전 대표는 요즘 ‘정중동(靜中動)’식 스킨십을 하고 있다. 요청이 오면 조용히 만나는 식이다. 지난달엔 권영진 김성식 윤석용 김선동 의원 등 서울지역 초선 의원들과 오찬을 했다. 친박계 김선동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친이계다.
권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박 전 대표에게 “밥 한 번 사 달라”고 요청했고, 얼마 안 가 박 전 대표 측에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박 전 대표는 현안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도 국가 지도자가 먼 미래를 보고 나라를 이끌어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4일엔 대구 지역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한 참석자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예산이나 숙원사업 등을 어떻게 다룰지 논의하는 자리였다”며 “박 전 대표가 그런 자리까지 올 줄 몰랐는데 텃밭 의원들도 챙기는 것 같다”고 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엔 친박 무소속 연대 의원들이 주축이 된 공부모임 ‘여의포럼’ 모임에 두 차례 인사 차 들르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소주를 조금 마신 뒤 조금 있다 맥주를 마시고 몸을 흔들면 폭탄주가 된다”고 농담을 하는 등 의원들에게 친근감을 보였다고 한다.
박 전 대표 측에선 “조직적, 계획적으로 의원들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고 손사래를 친다. 여권 상황이 어려운데 ‘세 불리기’를 한다는 시각이 부담스러운 것 같다.
하지만 한 핵심 측근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때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 스타일’을 고집하다 당내 인사들을 제대로 포섭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 패인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친이 진영의 구심력이 약한 지금이 외연 확대를 하기에 좋은 타이밍 아니냐”고 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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