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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비엔날레, 작가들은 보이는데 기획력은 빠진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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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비엔날레, 작가들은 보이는데 기획력은 빠진듯한

입력
2008.09.08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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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개막한 2008 부산비엔날레는 '낭비'를 주제어로 제시했다. 다분히 자기 풍자적으로 들리지만, 구시대적 인물인 이두식 총감독이 이끈 이 거대한 행사는 결코 자제하지 않았다. 전시에 출품한 190여명의 다국적 작가들을 소개하는 도록들의 무게는 5kg에 육박한다.

기본적으로 부산비엔날레는 세 가지 이질적 행사의 결합체다. '현대미술전', '바다미술제', '부산조각프로젝트'로 크게 나뉘는데, 늘 상호 이질적이다. 현대미술전은 국제적 수준을 갖춘 작품을 보여주고, 바다미술제는 대중 여론을 무마하며, 부산조각프로젝트는 소위 '이권사업'이 된다.

사실상 주제어는 장식에 불과하고, 출품작들은 제각각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현대미술제는 이렇게 중구남방이어도 되나 싶은 정도로 심각한 기획력 부재를 드러냈다. 일례로, 담당 큐레이터 김원방씨는 '스타 작가' 테렌스 고가 직접 부산에 와서 공연한다고 안내했지만, 애초에 내한 계획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볼 만한 작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큐레이터의 목소리가 드러나지 않는 덕분에 개별 작가의 목소리가 잘 들린다. 이는 특정 주제를 내세우지 않은 2008 광주비엔날레에 반대되는 풍경이다. 광주의 오쿠이 엔위저 총감독은 명확한 정치색을 드러냈는데, 그 결과 전시 작가들의 목소리는 '탈식민주의'의 대합창이 됐다.

부산시립미술관과 수영요트경기장에서 열리는 현대미술제가 맥을 못 쓰는 사이, 전승보씨가 전시 감독을 맡은 바다미술제는 은근슬쩍 영역 확장에 나섰다.

광안리 바닷가 등 야외에 설치된 작품들은 늘 그렇듯 '관광객의 기념촬영용 배경'에 다름 아니었지만, 놀이공원 미월드에 설치된 작품들은 현대미술제와 경쟁하는 모습이었다. 목욕탕, 찜질방, 사무실 등으로 사용됐던 빈 공간을 차지한 작품들 몇몇에선 힘이 넘쳤다.

현대미술제에선 니시오 야스유키, 야수마사 모리무라, 부르스 라브루스 등이 관객의 눈길을 끌지만, 야마카와 후유키의 작품 '보이스-오버'가 단연 압권이고, 바다미술제에선 다나카 코기의 '간단한 몸짓과 임시 조각', 텔레르보 칼라이넨과 올리버 코차-칼라이넨의 '불만 합창단' 등이 '꼭 놓치지 말고 봐야할 작품'이다.

지난 2006년부터 행사 규모가 방만해지기 시작한 부산비엔날레엔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비엔날레의 의의는 '세계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오늘의 방법'을 점검하는 데 있다.

그런데 서울올림픽 미술제의 옛 악몽을 연상케 하는 부산조각프로젝트나, "아시아 현대미술의 원로 작가 30여명을 초청했다"는 특별전 <미술은 살아있다> , 그리고 지역 작가들의 잔치인 '갤러리 페스티벌' 따위는 비엔날레의 기본 취지를 무색케 한다.

부산=임근준 미술ㆍ디자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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