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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한풀 꺾인 어청장 자진사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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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한풀 꺾인 어청장 자진사퇴론

입력
2008.09.08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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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편향을 둘러싼 불교계 반발에 대한 대책을 바라보는 한나라당 내 시선이 복잡하다. 불교계 핵심 요구 사항 중 이명박 대통령 사과 문제는 어느 정도 가닥을 잡는 듯 하지만 어청수 경찰청장 거취 문제는 여전히 이견이 있어 헷갈린다.

일단 당내에선 어 청장 경질에 부정적인 청와대의 입장에 수긍하는 기류가 역력히 많아졌다. 어 청장의 자진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컸던 지난주와는 많이 달라진 것이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인사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인데 당이 특정인에 대해 해임하라, 마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인적으로는 법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앞장섰던 기관장을 본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해임하는 게 과연 우선순위가 돼야 할 것인가라는 그런 문제제기를 한다”고 어 청장 사퇴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상득 의원도 “조계종 총무원장에 대한 검문이 결례인 것이 맞지만 직무에 충실했던 것”이라며 사퇴 반대 입장을 밝혔었다.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어 청장 경질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어 청장 경질 불가피론의 중심에 있었던 박희태 대표도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청와대의 입장에 어느 정도 동조해 주는 셈이다. 어 청장 자진사퇴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던 나경원 제6정조위원장은 “개인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대통령이 편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일견 여권이 어 청장을 그대로 남겨두고 불교계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듯 보인다. 한 핵심 당직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강도 높은 사과를 하고 다양한 추가 대책을 내는 등 어 청장 경질 없이 사태를 풀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 한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은 아니다. 어 청장의 자진사퇴 카드를 배제하긴 이른 것이다. 우선 잦아들긴 했으나 당내 저류에선 어 청장 퇴진 불가피론이 여전히 적지 않다.

한 당직자는 “어 청장 거취 문제에 대한 당내 의견은 5 대 5”라고 말했다. 특히 “어 청장 퇴진 없이 유감 표명 정도로 불교계 반발을 잠재울 수 있겠나”라는 걱정이 많다. 또 일각에선 “청와대가 세게 나오니 당이 고개를 숙이는 모양새도 참 좋지 않다”는 말도 있다.

결국 불교계의 여론이 중요해 보인다. 불교계가 어 청장 퇴진 없는 해법을 수용한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 청장의 자진사퇴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청와대든, 한나라당이든 궁극적 목표는 불교계의 불만을 해소하는 것인 만큼 만약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 등에도 불구하고 불교계의 반발이 계속된다면 선택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9일께 나올 것으로 알려진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 내용과 수위, 그에 대한 불교계 반응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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