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위기설’ 이후에도 좀처럼 불안감을 떨치기 어려운 것이 올들어 내내 극심한 널뛰기를 거듭해 온 ‘환율위기’다. 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 한, 각종 경제위기는 언제든 재발할 위험이 높기 때문. 급변동을 오히려 정부가 부추겼다는 인식이 퍼져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대체로 ‘시장에 맡기는 환율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지동현 국민은행연구소장은 “이번 위기설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며 “환율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높은 게 좋다거나 낮은 게 좋다는 식의 언급을 가급적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태훈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도 “상황이 어려울수록, 작은 등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근본적인 경제체질 개선 등 원론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은 “환율위기의 근본 배경은 경상수지 적자”라며 “여전히 400억~500억달러에 달하는 외국인들의 핫머니가 고작 8개월 간의 적자 누적을 틈 타 외환 공세를 펼친 결과인데 장기적으로 경상적자와 핫머니 규모를 줄이는 구조적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환율 방어를 위한 당국의 개입은 앞으로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동현 소장은 “개입으로 환율을 조정해 봤자 결국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해 1,2달 안에 제자리로 오게 마련”이라며 “외환보유액 200억달러를 써 속도를 늦췄다는 게 큰 의미가 있는가”고 반문했다.
연태훈 위원은 “하루하루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에는 당국의 대응 자체가 어렵다”며 “오히려 지나친 개입은 왜곡된 기대를 만들어 정상으로 돌아올 시장의 힘마저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정부도 이제는 무리한 개입이 어렵다는 걸 깨달은 듯 하다”며 “앞으로도 급변동을 막는 수준의 개입에 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외환보유액 규모는 “부족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만, “이번처럼 채권만기의 편중이 위기의 빌미가 된 것을 교훈 삼아 향후 경상흑자를 토대로 조금 더 늘릴 필요도 있다”(이상재 부장) “요즘 같은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는 좀 더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연태훈 위원)는 지적도 있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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