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올 들어 금융기관 수장으로 대거 부임한 우리금융 출신 최고경영자(CEO)들이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랐다. 이유와 사안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향후 리더십을 좌우할 만한 중대 고비를 맞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근 금융계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인물은 민유성 산업은행장이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국내ㆍ외를 가리지 않고 적극적인 인수ㆍ합병(M&A)을 통해 산은을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도약시키겠다"고 밝혔는데, 실제 자신이 몸담았던 미국의 IB 리먼브라더스와 지분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 금융계에서는 '글로벌 IB를 인수할 다시 없는 기회'라는 긍정론보다는 '부실 덩어리 리먼을 인수하면 리스크가 더 클 것'이라는 회의적 의견이 우세한 상태. 늦어도 다음 주 초께 윤곽을 드러낼 인수 협상 결과에 따라 민 행장에 대한 금융계의 1차 평가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는 국민은행의 지주사 전환을 성공시켜 '내정자' 꼬리표를 떼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4일까지 지주사 전환 반대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비율이 15%를 넘지 않아야 한다. 국민은행 측은 지주사 전환이 무난히 이루어질 것으로 낙관하고 있지만, 1조원 어치 자사주 매입에도 불구하고 3일 현재 주가(5만3,600원)가 매수청구가(6만3,293원)보다 1만원 가량 낮아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바닥에 떨어진 주가로 고민하는 것은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마찬가지. 우리금융의 정부 지분 73% 중 우선 7%를 연내 매각할 계획이지만, 공적자금 투입 당시 주가가 1만6,500원이었던 데 비해 최근 주가는 1만2,000원대에 불과하다.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상황이다.
우리은행 이종휘 행장은 3분기 실적이 첫 테스트다. 6월 말 부임 후 '내실 경영'에 치중해 왔지만, 다른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이번 분기에 수익성이나 건전성이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다른 은행과 달리 우리은행은 예금보험공사와 경영계획 이행약정(MOU)을 맺고 있어, 이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민간 금융사의 수장은 아니지만 역시 우리금융 출신인 전광우 금융위원장과 박해춘 국민연금 이사장도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전 위원장은 최근 맞닥뜨린 환율 폭등과 증시 폭락이라는 금융위기를 어떻게 돌파하느냐에 따라 위기대응능력을 심판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 이사장은 취임 후 "40% 주식투자"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는데, 이에 따른 불신을 극복하고 연금운용방식이나 운용기관 개혁 등의 과제를 잘 수행해 나갈지 주목된다.
최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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