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심으려고 하는데 삽을 가지고 나온 것을 보고 나무 심는 행위에 해당되느냐, 아니냐라고 묻는 것과 같다."
북한의 영변 핵 시설 복구를 놓고 4일 한미 간 엇박자 논란이 일자 외교통상부 고위 당국자가 내놓은 해명이다.
상황은 이랬다. 3일 오후 일부 외신에서 북한의 핵 시설 복구 착수 보도가 나오고 밤 늦게 외교통상부 북핵 라인은 미국과의 연락을 통해 상황을 확인했다. 그리고 밤 11시께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북한이 영변 핵 시설 원상 복구 조치를 오늘부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4일 새벽 미 국무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약간 뉘앙스가 다르게 설명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저장소에 보관했던 일부 장비들을 이동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이동된 장비들이 핵 시설 재건이나 재조립에 사용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미 간 원상 복구 개시 여부를 놓고 해석 차이 논란이 일자 4일 오전 외교부 고위 당국자가 나섰다. 그는 "북한은 이미 2일 영변 현장에 있던 미국 측 관계자에게 원상 복구 작업 개시 결정을 통보했고 3일 창고에 보관했던 장비들을 옮긴 것"이라며 "(작업이 실제) 시작됐느냐 아니냐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미 원상 복구 작업을 개시하겠다고 한 상태이기 때문에 북한이 행동에 들어간 것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한다는 말이었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도 "(한미는 일부 장비를 창고에서 꺼냈다는) 현상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각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이번 사태의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데 비해 한국 정부만 북한의 행동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은 북한을 궁지로 몰아가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부가 외신 보도를 확인하기까지 8시간 가까이 소요됐는데 미국 현지가 한밤이어서 협의 파트너들과 연락이 힘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간 핫라인이 제대로 가동되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 정부가 독자적으로 영변 상황을 확인하는 채널 하나 확보하지 못한 것도 문제라는 평가가 많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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