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처음에는 잘못 들었나 했다. 식사는 제때 해야 한다며 미국 연수시절에도 하루 세 끼 식사를 제때 챙기던 필자의 오랜 친구가 어느 늦은 아침, 브런치(brunch)를 제안했다. 그의 아내 때문이었다. 아니 정확히 하면 드라마 때문이었다.
TV 인기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 심취한 그의 아내가 극중 부유한 사모님인 장미희가 즐긴다는 브런치를 따라 하면서 자신도 바뀌었다고 한다.
필자도 요즘 '엄마가 뿔났다'의 파급효과를 느끼고 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1970년대 최고 스타였던 장미희가 지금도 탱탱한 피부를 유지하는 것이 큰 화젯거리가 됐다.
게다가 고운 피부가 박피와 줄기세포를 이용한 지방이식 때문이라는 대사가 등장하면서 "장미희씨가 보톡스를 맞아 젊은 피부를 유지한다는데, 그럴 수 있나요?"라며 시술 받으려는 여성도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드라마는 젊은 층과 중년 주부 뿐만 아니라 드라마를 많이 보지 않는 전문직 직장인이나 어린이에게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잘못된 정보가 파급될 위험성도 높다. 그런데 아직 이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고 뉴스나 시사프로그램보다 잘못된 내용을 걸러내는 장치도 미약한 실정이다.
실제로 대한피부과의사회가 지난 7~8월 MBC, KBS, SBS 공중파 3사의 드라마를 모니터링한 결과, 피부 관련 장면 중 78.3%가 잘못된 정보를 담고 있었다. 특히 대부분의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마주치는 상황인 상처관리(23.4%), 세안(21.3%) 등과 관련된 잘못된 정보가 많았다.
상처 입은 피부를 공기 중에 그냥 노출하고 다니거나 피와 진물이 심하게 흐르는데도 솜이나 천으로 적당히 눌러 지혈하는 장면도 나왔다. 상처를 공기 중에 그냥 노출하면 흉터가 생기기 쉽다. 이럴 때는 일단 이물질이 남지 않도록 깨끗이 씻고 외부 공기와 차단하면서 딱지가 앉지 않도록 습윤 드레싱을 해야 한다.
피와 진물이 심한 상처를 솜이나 천으로 눌러 지혈하면 나중에 응고된 피와 솜이나 천이 붙어 떼낼 때 피부 손상이 커져 흉터가 남을 수 있다. 상처가 심하면 자가치료하기보다 반드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감염 등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세수할 때 얼굴을 비누나 수건으로 박박 문지르는 장면도 지적됐다. 피부장벽 손상이 걱정스러운 장면이었다. 세안 시에는 자신에게 맞는 세안제로 부드럽게, 수건으로 물기를 닦을 때도 톡톡 두들겨 닦아야 한다.
며칠 전 한 드라마에서 "잠 한숨 못 자서 다크서클이 생겼잖아"라고 남자 주인공이 말했다. 수면 부족이 증세를 심하게 할 수 있지만, 수면 부족이 다크서클을 만들지는 않는다. 피부과 전문의로서 걱정되는 대목이었다.
이렇듯 드라마의 막강한 영향력을 생각할 때 잘못된 피부 정보 전달이 많이 나타나니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세심한 부분까지 올바른 정보를 담을 수 있도록 전문가에게 자문하고 확인하는 제작진의 노력을 당부하고 싶다.
한승경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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