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强)달러가 6년여만에 돌아왔다. 지난달부터 본격화한 글로벌 달러 강세의 흐름을 우리라고 거슬러 갈 수는 없었다. 패닉에 가까울 정도로 원ㆍ달러 환율이 이상 급등하고 있기는 하지만, 유로나 일본 엔화 등 세계 각국 통화들도 우리만큼 심각하지는 않더라도 미 달러에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02년 이후 약세였던 미 달러에 르네상스가 찾아온 셈이다.
2일(현지시장)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화에 대한 미 달러 환율은 한때 1.4467달러까지 떨어져 7개월 만에 최저 수준(달러가치 기준 최고수준)을 나타냈다. 지난 한달간 미 달러 가치는 유로화에 대해 6%나 뛰어 유로화 도입 10년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엔ㆍ달러 환율도 108.81엔으로 하루 만에 0.6% 올랐다. 영국 파운드, 스위스 프랑, 호주 달러, 싱가포르 달러, 중국 위안, 홍콩 달러 등 세계 각국의 통화에 대해 미 달러는 지난달 이후 완연한 강세 국면으로 돌아섰다.
아직까진 미 달러 자체가 강해졌다고는 보기는 힘들다. 유로존과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의 경제가 워낙 죽을 쑤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달러가 강해졌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인한 미국발 신용 경색과 글로벌 경기 둔화가 번진 것이 미 달러에 기회를 가져온 셈이 됐다.
2분기 유로존과 일본이 마이너스 성장을 한 반면 미국은 호전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독일(-0.5%)을 비롯해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 대비 0.2% 하락하며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했고, 일본도 2분기 실질GDP가 0.6% 감소했다. 반면 미국의 성장률은 당초 1.9%에서 3.3%로 대폭 수정되면서 바닥을 치고 올라섰다는 기대를 낳고 있다. 김현욱 KDI 연구위원은 “미국 경제의 호전을 확신할 정도로 좋아지지는 않았으나, 유럽, 일본의 경기 하락 폭이 너무 커서 ‘강 달러’ 양상을 띠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유가 하락, 유로존ㆍ일본의 경기 침체와 금리 완화 전망 등 대외적인 여건을 감안할 때 강달러 기조는 일정기간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미국은 급격한 경기둔화에 대비해 이미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췄지만, 영국 등 유럽 지역은 이제부터 경기 둔화에 직면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미 달러 자산으로 투자 이동이 일어날 전망. 배럴 당 110달러 밑으로 급락하는 등 유가 하락세도 강달러 기조와 맞아 떨어진다. 달러 강세가 유가 하락을 이끌고, 다시 유가 하락이 미 경기 회복 전망을 밝게 해 달러 강세로 이어지는 강달러의 선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도 달러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스탠다드차터드는 연말과 내년 1분기 유로ㆍ달러 전망치를 각각 1.44달러와 1.36달러로 낮췄고(기존 1.49달러와 1.42달러), BNP파리바도 올해말 유로화에 대한 달러화 환율 전망치를 기존 1.45달러에서 1.42달러로, 파운드화에 대한 달러 환율은 1.88달러에서 1.71달러로 수정했다. 한국금융연구원도 “미국 경제의 바닥국면 통과 기대와 유로지역의 금리정책 수정을 배경으로 외환 포트폴리오 포지션 조정이 이뤄지면서, 당분간 달러 강세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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