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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호형호제 '원조親李 3인방'… 요즘은 찬바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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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호형호제 '원조親李 3인방'… 요즘은 찬바람만

입력
2008.09.0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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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한나라당을 좌지우지하던 '3인방'이 있었다. 이재오 전 의원과 김문수 경기지사, 홍준표 원내대표다. 15대 등원 동기인 이들은 17대 국회까지 한 묶음이었다. 박근혜 대표 시절 당내 비주류의 길을 함께 걸었고, 국가발전전략연구회를 만들어 이명박 대통령 산실이 되게 했다. 그래서 '원조 친이(親李)'라고도 불린다. 개성 강한 세 사람이지만 뭉쳐 다니면서 호형호제 했다.

그러나 요즘 세 사람의 행보는 제 각각이다. 한명은 미국, 또 한명은 경기지사, 그리고 여당 원내대표로, 거처와 역할이 달라서만은 아니다. 세 사람 모두 차기 리더를 꿈꾸고 있어 묘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3일 김 지사가 오랜만에 국회의 홍 원내대표 방을 찾았다. 마주앉은 두 사람의 화제가 수도권 규제 완화와 관련, 연일 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김 지사의 최근 행보에 맞춰졌다. 홍 대표가 의미심장하게 한마디 했다."형님의 발언은 부적절합니다. 고립을 자초하는 겁니다."김 지사는 웃었지만 대꾸하지 않았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4월 총선 전의 일이다. 홍 의원이 이재오 의원의 은평구 집을 찾았다. "공천심사위원을 맡겠다"는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의원은 침묵했다.

총선 후 '홍준표 원내대표' 카드가 유력하게 거론됐다. 그런데 총선에서 낙선한 이 전 의원이 이를 비토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5월, 이 전 의원이 미국으로 떠나 던 날 홍 원내대표는 인천 공항을 찾았고 두 사람은 작별 포옹을 했다. 하지만 그 뒤 두 사람 사이 연락은 끊어졌다.

지난 6월 김 지사는 투자유치를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당연히 미국에 체류 중인이 전 의원을 만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만나지 않았다. 김 지사측은 "일정이 맞지 않아서"라고만 했다.

지난해 당내 경선과 대선 과정에서 세 사람의 역할은 달랐다. 이 전 의원은 적극적으로 이 대통령을 도왔고, 김 지사는 한발 떨어져 지원했다. 홍 대표는 자신이 당내 경선에 뛰어들어 이 대통령과 경쟁했다.

그 후 세 사람의 길은 갈라졌다. 이 전 의원과 홍 대표 간에는 경선 전 앙금이 쌓였다. 이 전 의원과 김 지사 간에는 차기 리더 자리를 놓고 묘한 긴장감이 형성돼 있다. 김 지사와 홍 대표도 서로에 대한 견제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지금까지 함께 해왔다면 이제부터는 냉혹한 경쟁의 장이 펼쳐질 것임을 세 사람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세 사람 모두 다음 대권에 나설 수도 있다. 홍 대표는 '세 사람 관계가 어떻게 될 것 같냐'고 묻자 "언젠가 한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만 했다. 그러나 그 말이 왠지 공허하게 들렸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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