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어디죠? 빨간불 입니다. 확인 바랍니다."
"동영상 서비스 'tv팟'에 음란물이 뜬 것 같은데요. 해당 파일을 찾아 조치하고 있습니다."
벽에 부착된 대형 LCD 모니터에서 '음란물이 감지됐다'는 의미로 빨간불이 깜빡이자, 사무실 분위기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팀원들끼리 대화가 오고 가는 사이, 자체 필터링 시스템이 장착된 모니터링 전문요원의 컴퓨터(PC)에는 어느 새 성적 수치심을 불러 일으키는 동영상 캡쳐 사진들이 떠올랐다.
명백한 음란물로 판단한 이 요원이 삭제버튼을 누르자 해당 사진들은 게시판과 서버에서 함께 사라졌다. 동시에 음란물 게시자에겐 '이런 행위가 반복될 경우 가입 ID 자체가 삭제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도 전달됐다.
4일 제주시 노형동 현대화재해상빌딩 내 12층 ㈜다음서비스 클린센터. 210평 규모의 사무실에 빼곡하게 들어찬 칸막이 책상마다 모니터를 응시하는 요원들의 눈초리와 마우스를 다루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다음서비스는 음란성 유해물과 저작권 침해 등을 전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포털 사이트 다음(Daum)이 지난해 3월 말 별도 법인으로 설립한 자회사.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올라오는 게시물을 24시간 살펴야 하기 때문에 늘 긴장의 연속이다. "'깜빡' 하는 순간, 인터넷에 떠 있는 유해성 게시글 등을 놓쳐서 외부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그 파장이 만만치 않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볼 수 있잖아요. 더구나 가치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청소년들에겐 유해성 게시물이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거든요." 카페나 블로그, 커뮤니티 등의 게시판에 남겨지는 댓글을 중심으로 검색 작업을 진행하는 클린 1팀 김선화 팀장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 핫이슈로 등장한 '사이버 모욕죄' 신설과 개인정보보호 등을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인지 요즘 이곳은 비장감마저 감도는 분위기다. "요새 고민이 많습니다. 회원들 게시글에 대해 규제 조치를 취할 때의 기준은 정보통신망법이거든요. 이 법이 개정되면 규제 기준이나 모니터링 시스템도 바꿔야 합니다. 부당하게 피해를 보는 네티즌들이 없도록 해야 하니까요." 김 팀장의 설명에서 미뤄 짐작할 수 있듯, 정보통신망법 개정은 포털 업계에서 '뜨거운 감자'인 셈이다.
당국의 법 개정 의도는 온라인 상에서의 모욕은 전파력이 강해 피해가 더 큰 만큼 처벌 강도를 높이겠다는 것이지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다음서비스는 현재 300여명의 전문인력이 24시간 3교대로 사이트에 올라오는 게시물들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하지만 유해 콘텐츠를 완벽히 차단하기는 쉽지 않다. 정보 전달이나 공유를 위한 게시글이 주류를 이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려는 네티즌들이 늘어나면서 유해 게시물의 유형 또한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8월 다음에 게재된 악성 댓글이나 음란물 등 유해 콘텐츠에 대한 네티즌 신고 건수는 10만6,10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7%나 급증했다. 올 들어 다음 사이트에 하루 평균 1만5,000여건 올라오는 이용자제작콘텐츠(UCC)의 경우 적게는 300건에서 많게는 400건 정도가 음란물일 정도로 위험 수위를 넘었다.
저작권을 침해하는 동영상도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UCC 등 동영상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클린 2팀 박성환 팀장은 "공중파에서 방영했던 베이징올림픽 경기 동영상이 각 방송사의 마크가 부착된 채로 인터넷 상에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다"며 "네티즌들 사이에선 아직도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종관 다음서비스 클린센터장은 "이제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인터넷은 우리가 아끼고 가꿔 나가야 할 '또 하나의 공동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이라며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통해 유ㆍ소년 시절부터 저작권이나 명예훼손 등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도록 정부와 관련업계, 네티즌들이 모두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제주=허재경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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