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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 경찰'에 애끓는 실종자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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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 경찰'에 애끓는 실종자 가족

입력
2008.09.05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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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딸을 잃어버렸을 때와 어찌 그리 똑같습니까. 반짝 찾는 시늉만 하더니 또 '가출 처리' 예요."

1999년 경기 오산시에서 9살 딸을 잃어버린 윤봉원(46)씨는 또 억장이 무너졌다. 4월 경찰의 대대적 실종자 수사 착수에 가졌던 기대도 잠시. 경찰은 사흘 연속 윤씨를 찾아오는 등 수사에 적극 나서는 듯 했지만, 한달여 뒤 언제 그랬냐는 듯 10년 전처럼 '단순 가출'로 처리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윤씨는 "아홉 살 난 아이가 무슨 가출이냐"며 "10년간 딸아이를 찾느라 집안이 풍비박산됐는데, 경찰 하는 짓에 더 화가 난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경찰의 전시 행정에 또 한번 상처를 입고 있다.

경찰은 3월 혜진ㆍ예슬양 납치 살해사건을 계기로 경찰서에 전담반을 꾸려 4월부터 3개월동안 실종자 집중 수사를 했다. 이를 통해 총 2만7,365명 중 1만7,033명의 소재를 파악하고 8,929명은 단순가출로 종결하는 등 실종사건의 95%를 해결했다고 경찰은 자찬하고 있다.

그러나 속사정은 다르다. 소재가 파악된 실종자는 대부분 단순 가출 후 자진 귀가했거나 교통사고 등으로 사망한 사람들이다. 수사다운 수사를 통해 납치ㆍ살해 등 범죄의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된 사람은 3명에 불과하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 때문에 "경찰이 단순가출로 판단한 사건 중 상당수는 형식적 수사의 결과물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 미아ㆍ실종가족찾기 시민모임 관계자는 "경찰이 허겁지겁 전담반을 꾸리는 등 난리를 쳤지만 나아진 것은 전혀 없다"고 비난했다. 서울의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인력부족으로 실종전담반 형사들이 일반 형사사건까지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부실 수사 가능성을 시인했다.

청와대의 '반짝 관심'도 실종자 가족들을 서럽게 하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실종자 찾기 여론이 높아졌을 당시 5월중 대통령 면담을 약속했다가 촛불집회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뤘다.

급기야 실종자 가족들은 4일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대통령 면담 요청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모임 관계자는 "반짝 행정이 아니라, 대통령께서 근본적이고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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