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라 페일린 미 공화당 부통령 후보를 위한 자리였다.
3일 밤 미네소타 세인트폴의 엑셀에너지센터에서 사흘째를 맞은 공화당 전당대회는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가 후보 수락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자 터져나갈 듯한 함성으로 가득했다. 17살 고교생 딸의 혼전 임신, 자신의 직권남용 의혹 등으로 곤경에 처한 부통령 후보를 응원하기 위한 목소리였다.
페일린 후보의 연설에 앞서 등장한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등 공화당 지도부도 예외 없이 '페일린 부통령'을 띄우는 데 연설을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페일린 후보의 행정 경험은 버락 오바마 티켓을 모두 합친 것보다 낫다"며 독설가다운 면모를 보여 환호와 웃음을 자아냈다.
이는 페일린 후보의 자질 및 검증과 관련해 일고 있는 당 내외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이나. 역으로 존 매케인 캠프가 페일린 카드에 대해 갖고 있는 의기의식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페일린 후보 역시 자신 때문에 생긴 당내 혼란을 의식한 듯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 관객의 마음을 붙잡으려고 했다. 그는 연설을 시작하면서 귀빈석에 앉아 있던 가족을 일일이 소개한 뒤 "이라크 파병을 앞둔 장남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해 갈채를 유도했다. 가족 중에는 임신한 딸 브리스톨의 남자친구 레비 존스턴(18)도 함께 했다.
페일린 후보의 수락연설을 앞둔 공화당의 고민은 상당했다. 그의 전국 무대 첫 데뷔전이자 온갖 의혹을 한 몸에 받았던 그가 국민을 상대로 설득과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자칫 잘못될 경우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30여분 지속된 그의 연설은 행사장에 모인 대의원을 비롯한 수많은 당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페일린 후보가 '아웃사이더' '기득권에 대한 약자' '워킹맘' 등으로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자 참석자들은'평범한 사람'으로서의 애환과 동정을 페일린 후보에게서 찾은 듯 했다. 펜실베이니아에서 온 한 대의원은 "그의 연설은 성공했다. 보통사람으로서 가족과 정치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전당대회장은 페일린 후보의 수락 연설이 끝난 뒤 존 매케인 대선 후보가 연단에 깜짝 등장하면서 다시 한번 환호성으로 물결쳤다. 매케인 후보가 페일린 가족과 차례로 인사를 나눈 뒤 브리스톨에게는 포옹으로 격려하자 참석자들은 기립해 '매케인'을 연호했다.
세인트폴(미네소타)=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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